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권위주의 시대 고문과 인권 탄압의 현장이었던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권위주의 시대 고문과 인권 탄압의 현장이었던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난 2007년 20주년 기념식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것이 최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제30주년 기념식 이후 3년 만에 다시 기념식을 찾았다.


이번 기념식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참석자 수를 70여명으로 대폭 줄여 간소하게 진행됐다. 민주화운동 단체 대표,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유족, 4부 요인, 주요 정당대표 등이 참석했다. 특히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민갑룡 경찰청장이 현직 경찰청장으로는 최초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지난 1987년 1월 고 박종철 열사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경찰 수사관들의 조사를 받다가 물고문 끝에 숨진 곳이다.


이번 기념식의 슬로건은 '꽃이 피었다'로,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맥을 이어 대통령 직선제를 국민의 힘으로 쟁취한 승리의 역사를 꽃으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장 입장시 '어느 돌멩이의 외침'의 저자 유동우씨와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장, 조순덕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상임의장, 훈장 수여자인 고 김진균 교수의 손자 김순명씨, 고 박형규 목사의 손녀 유미래씨 등 민주화운동의 과거, 현재, 미래 세대와 동반 입장했다.


기념식 사회는 배우 권해효씨와 임수민 아나운서가 맡았다. 권씨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인권 콘서트, 호주제 철폐 운동 등에 적극 참여해 왔다. 권씨는 지난 2009년과 2018년에 이어 세번째 6·10민주항쟁 기념식 사회를 맡았다. 임수민 아나운서는 지난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교육방송국(YBS) 소속으로 고 이한열 열사 투병상황 및 교내시위 등을 직접 방송했다. 묵념사는 한승원 작가가 '창조적인 자유 민주 평화의 꽃과 달과 별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성스럽고 위대한 약속과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집필한 묵념사를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낭송했다.

또 지난 2012년 개봉된 영화 '남영동 1985'에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역을 맡았던 배우 박원상씨가 경과보고를,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민주화운동 관계자를 대표해 '서른 세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전태일 열사의 모친 고 이소선 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장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 박정기 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이사장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 ▲고 조영래 전 시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친수했다.

또 해금 연주자 강은일과 가수 윤선애의 '그날이 오면', 가수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기념공연이 이어졌다. 가수 윤선애는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소속으로 6월 민주항쟁에 직접 참여했고, 이후 박종철 열사의 추모곡이 된 '그날이 오면'을 최초로 녹음한 인연이 있다. 정태춘은 1980년대부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주최한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 10년 넘게 고정출연했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광야에서'를 합창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민주화 유공자들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하고 역사적인 장소에 조성 중인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민주화 유공자들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하고 역사적인 장소에 조성 중인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더불어 민주주의 정신과 인권존중 정신의 미래 세대 전승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두 날개로 날아오른다"며 "소수여도 존중받아야 하고 소외된 곳을 끊임없이 돌아볼 때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우리는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이웃이 함께 잘 살아야 내 가게도 잘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이 주권자"라며 "국가는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하고, 언제나 주권자의 명령에 부응해야 한다. 선거로 뽑힌 지도자들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