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투수 장시환과 김범수(왼쪽부터)가 팀의 새로운 기둥으로 떠올랐다. /사진=뉴스1

한화 이글스의 '미운 오리' 국내 선발투수진이 어느덧 팀의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침체된 상황에서 한화가 의지할 수 있는 비빌언덕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지난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7-3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타선이 4회까지 6점을 뽑았으나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선발투수 김범수였다. 김범수는 리그 최고로 손꼽히는 KT 타자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고 5⅔이닝 동안 5피안타 9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펼쳤다.

환골탈태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김범수다. 2015년 한화에 1차 지명된 김범수는 왼손 파이어볼러라는 이점을 갖고 있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불펜과 선발을 오갔지만 제구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탓에 불안한 모습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이번 시즌 초반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김범수가 팀이 가장 혼란한 시기 혜성처럼 나타나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한화는 연패가 장기화되던 지난달 초 한용덕 감독이 책임을 통감하며 지휘봉을 내려놨다. 남은 시즌은 퓨처스(2군) 감독이던 최원호 감독대행이 맡게 됐다. 최 감독대행 체제에서 김범수는 점차 투구 이닝을 늘리더니 6월 중순부터는 완전히 선발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투구 내용도 좋아졌다. 6월달에는 한화 선발투수들 중 김이환(17.47) 다음으로 9이닝당 볼넷 비율이 높았던(6.43) 김범수다. 하지만 7월 들어서는 3경기에 등판해 9이닝당 볼넷 비율이 4.08까지 떨어졌다. 장기인 속구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한 게 주효했다. 김범수는 이제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가 1.45로 한화 투수들 중 가장 높다.


반전을 일궈낸 건 김범수 뿐만이 아니다. 장시환도 시즌 초반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장시환은 5월달에 5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3패 6.93의 평균자책점을 선보였다. 토종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든든히 지켜줄 것을 기대하며 데려온 것과는 상반된 활약이었다. 최 감독대행 부임 이후에는 잠시 2군행을 명받기도 했다.

2군에 다녀온 장시환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6월18일 콜업된 장시환은 당일 LG 트윈스전부터 지난 13일 SK 와이번스전까지 5경기를 소화했다. 이 중 단 한 차례도 5이닝 이전에 강판된 적이 없다. 타선의 빈약한 지원과 불펜 불안 탓에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5경기 동안 무려 28이닝을 소화하며 매 경기 2실점 이하로 틀어막았다. 본연의 목적이던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든든히 올라섰다.
한화 이글스 투수 김민우는 7월 들어 2연승째를 거뒀다. /사진=뉴스1

김범수와 장시환, 여기에 김민우까지 7월 들어 2연승을 거두고 회복하며 한화는 선발 로테이션 퍼즐을 뒤늦게나마 완전히 맞추게 됐다. 이같은 토종 선발들의 대활약은 한화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같다. 

한화는 지난 시즌 23승을 합작했던 외국인 투수 듀오 워윅 서폴드-채드 벨이 이번 시즌 나란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채드 벨은 부상 복귀 이후 좀처럼 지난 시즌 폼을 못찾고 있고 묵묵히 버티던 서폴드마저 최근 3연패에 빠지며 흔들렸다. 외국인 투수의 부진에 자칫 붕괴될 수도 있던 선발 로테이션을 오히려 국내 선수들이 완벽히 매워주는 분위기다.

한화는 7월 들어 호재가 겹친다. 주축 내야수 하주석과 마무리 투수 정우람이 부상에서 돌아왔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브랜든 반즈가 16일 자가격리를 끝내고 퓨처스에 합류한다. 여기에 외야수 노수광도 부상 복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치고 나갈 수 있는 준비가 서서히 갖춰지는 상황에서 토종 선발들의 대활약이 반갑기만 한 한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