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편집자주
허위매물에 성능조작, 사기와 협박. 온갖 병폐가 난무하던 국내 중고차 시장에 새 바람이 분다. 완성차업계가 대대적 정화 작업이 필요한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시장을 점유해 온 중고차업체는 ‘생존권 위협’을 내세워 결사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업체의 외침을 의심 없이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년간 ‘깜깜이 장사’를 해오며 남긴 상처가 곪아 터졌고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제대로 된 수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는 중고차 시장의 대변혁을 기대한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을 구입함에도 정당한 권리가 무시당한 데 따른 분노를 드러내는 분위기다. 완성차업계의 진출을 두려워하는 중고차업계. 시장의 구조적 맹점과 관련업계의 이해관계를 점검해 보고 혼탁한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한 사례를 살펴본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시장 진출이 급물살을 타면서 중고차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완성차업체의 시장 진입을 온몸으로 막고 있지만 이미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허위매물과 사기가 넘쳐나고 무서운 시장으로 만든 주범인 기존 중고차업계가 ‘제 밥그릇’만 챙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격차가 큰 불공정한 구조를 꼽는다. 신차를 구입할 때는 다양한 제품을 두고 제원과 가격을 비교하며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중고차는 어딘가 막막하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구하기 어렵다. 판매업자가 제공하는 정보도 제한적인 데다 그 내용도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완성차업체를 맹렬히 비난하던 누리꾼조차도 중고차업계만큼은 대기업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이에나 판치는 중고차 시장
중고차 시장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진출이 막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 판매업으로 등록된 업체 수는 2013년 5288개에서 2018년 6361개로 20.3% 늘어난 데 비해 매출은 같은 기간 5조2063억원에서 12조4216억원으로 138.6%나 급증했다. 중고차업계에선 연관 종사자를 약 30만명으로 주장하지만 정작 통계청에 등록된 해당 업체 종사자 수는 약 3만여명에 그친다. 소수가 큰 이익을 남기는 구조인 셈이다.
기득권 싸움 본격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으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완성차업계는 중고차 시장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기존 중고차업계는 ‘밥그릇’을 빼앗긴다며 저항한다. 완성차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동차산업협회가 나선 것과 수입차업체의 인증중고차사업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도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BMW는 1만18대, 벤츠는 6450대의 인증 중고차를 각각 팔았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정비와 부품판매 측면에서도 수익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소비자가 전시장을 찾을 이유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시장 진출을 반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상생 가능할까… 시장 정화는 필요
완성차업체의 진출이 독점적 지위만 바꿀 경우 중고차 시장 정화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소비자에게도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고차 비즈니스 컨설팅업체 오토비즈컴의 오정민 대표는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현대캐피탈과 현대글로비스 등을 통해 중고차 매입과 유통과정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이미 확보한 만큼 이미 시장에서 많은 권한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지만 업체 간 체급 차이를 고려해 되도록 공정한 경쟁을 펼칠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핵심은 제품 상태와 가격인 만큼 이를 만족하는 쪽으로 소비자가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