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행정수도 완성은 역사적 필연, 수도권과밀현상 해소해야"한다고 밝혔다. 2020.7.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달중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기습적으로 던진 행정수도 이전 발언이 블랙홀처럼 정치권 이슈를 단번에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던짐으로써 여도 야도 찬반 발언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3일 공개적으로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소속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행정수도에 대한 이념이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당분간 의견 표명을 자제해야 민주당의 이슈에 안 넘어간다"는 이유를 달았다.


◇與 '수도 이전' 카드 이슈 전환 성공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일단 이슈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사용됐다가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입 밖에 꺼내지 못했던 '수도 이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부동산 정책 실패의 후폭풍에 휩싸였던 정국을 일순간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이동하게 했다는 것이다.


당장 차기 대권주자나 당권주자들 입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오르내리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내가 대표로 일하는 동안 결론 낼 수 있다면 그게 최상"이라며 임기 내 결론을 내리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당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도 "행정수도 이전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라며 ""행정수도가 완성돼야 한다. 담대한 결단을 내릴 때"라고 찬성했다.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행정수도 이전이 어려우면 제2행정수도 형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행정 수도 이전에 대해 "좀 엉뚱한 제안 같았지만, 가장 시의적절했던 이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처음에 원내대표가 말했을 때만 해도 대체 뭔 생각으로 수도 이전을 얘기한 것일까, 의문이 많았다"며 "하지만 국민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고 어쩌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하는 의원들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정작 행정수도 이슈를 제기한 김 원내대표는 정략적 발언이라는 해석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항간에서 행정수도 완성 제안을 부동산 국면전환용으로 폄훼하고(깎아내리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면서 "저는 정치를 그렇게 얄팍하게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행정수도 완성은 2004년부터 일관된 민주당의 국정철학이자 제 소신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7.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싸늘한 野 "넘어가지 마라" 경계

야당인 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 이슈는 정략적으로 실정을 덮으려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문제는 헌재에서 위헌 문제를 제기해 청와대와 국회를 이전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이 문제가 선행돼야 하지만 민주당이 이슈 전환을 위해 연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2004년과 2005년 헌재가 결정했던 수도 이전은 국민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는 기본 입장에서 변함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며, 대통령의 집무실인 청와대와 국회를 이전하는 것은 수도 이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이 결정(국민투표)해야 할 문제이지 여야 합의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개헌 정국으로 전환하려는 꼼수가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보고됐을 때,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개헌이 필요한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진짜 여당이 하려고 했다면 집권 초반부터 로드맵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어야 맞지, 지금처럼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로 던질 만한 수준의 이슈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조차도 추진하지 못했던 여당이 현 상황에서 추진할 수 있는 규모의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가 던져진 이상 파급력은 상당히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실장은 "세종시가 지금 허허벌판이 아니어서 국회 분원 등 다양한 이슈들과 엮어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굴러갈 것"이라며 "행정수도 이전은 결국은 개헌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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