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본부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인 '맥스터'(모듈형 임시저장소)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뉴스1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월성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이 증설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주민 공론화'를 통한 결정이 내려진 모양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전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발표한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8월 중 월성 원전 맥스터의 증설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재검토위는 지난 24일 경주 지역 시민참여단 145명을 대상으로 한 월성 원전 맥스터 추가 건설 찬반 조사 결과 찬성 81.4%(118명), 반대 11.0%(16명), 모르겠다는 7.6%(11명)로 나왔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 의견 수렴 결과 찬성이 압도적으로 나오면서 사실상 맥스터 증설은 확정적인 상황이 됐다. 여기에 재검토위가 산업부에 권고문을 제출하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절차는 더욱 간소화됐다. 산업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주시청에 증설관련 공작물 축조 신고를 하면 착공에 돌입하게 된다.


지난 2016년 5월 한수원이 맥스터 증설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한 지 4년만에 착공에 돌입하게 됐지만, 아직 풀어야 할 매듭은 남아있다.

우선 맥스터가 증설되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있다. 경주 내에서도 양남·양북·감포 등 세부 지역 별로 의견이 상이하게 나타나는만큼, 이 간극을 좁힐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지역별 차등화 등의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부는 경주시, 한수원 등과의 협의체를 만들어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당장 월성 원전의 가동 중단 '골든 타임'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주민 보상 문제는 시간을 두고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증설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일부 지역 주민들과 탈핵 '시민단체'들의 저항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탈핵 시민단체들은 월성 원전의 영향권에 놓인 울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된 점, 재검토위가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공론화 과정 전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에도 재검토위의 결과 발표 현장에서 찬성/반대측과 경찰 병력 등 1000여명이 서로 엉키면서 소요사태가 일어났고, 결과 발표는 결국 서면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24일 오후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복지회관 앞 도로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월성원자력본부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증설을 반대하는 시민이 김소영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재검토위원장이 탄 승용차를 막아서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2020.7,25/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용석록 '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재검토위를 이끌어 오던 위원장이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사퇴했는데도 그대로 밀어붙였다"면서 "시민참여단 모집과 운영 등에서도 여러 문제가 제기된만큼 국회·청와대 차원에서 정확한 진상을 규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반대 의견에 대해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4년 간 대립구도가 계속돼왔던 점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아보인다.

또 하나의 과제는 다른 원전에서의 공론화다. 월성 원전 문제가 해결됐지만 다른 지역의 원전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빛 원전은 2029년, 한울원전은 2030년, 고리 원전은 2031년, 신월성은 2042년에 임시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들어갈 예정으로, 부산 기장(고리)을 비롯해 경북 울진(한울), 전남 영광(한빛), 울산 울주(고리) 역시 증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한다. 현재 부산 기장군과 경북 울진군은 지난 5월 지역실행기구 구성에 들어간 상태다.

아직 포화 '골든타임'에 들어가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월성 원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찬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론화 작업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고리 원전의 경우 원전 해체 문제까지 논의해야 하는만큼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문제에 있어서는 '찬핵' '탄핵'이 아닌 '안전성'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원전과 관련된 사안에서의 갈등을 보면 순전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내세우거나 정치적인 입장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가운데 원전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월성 원전의 주민 보상이나 다른 원전의 공론화 과정에서도 이 같은 관점이 바뀌지 않는다면 같은 과정의 반복일 수 밖에 없다"면서 "'탈원전'을 기치로 내건 정부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위한 과정이 어떻게 가야할 지에 대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 위원장도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수십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정부가 책임지고 가져가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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