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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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지난 19일 오전 1시10분쯤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아파트 14층에 느닷없는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A씨는 '누군가 잘못 눌렀겠지'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뒤이어 4시50분쯤 A씨는 또다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으나, 새벽 시간대라 이번에도 그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아내와 초등학생 딸 2명과 함께 살면서 조금씩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다 날이 밝은 오전 11시2분쯤 다시 한번 초인종이 울리자 A씨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30대 중반의 남성이 서 있었고, A씨는 남성에게 "도대체 왜 우리집을 찾아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성은 황당한 답을 내놓았다.


이 30대 중반의 남성은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답했다.

해당 아파트는 공동현관 출입문에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돼 있었다.


A씨는 새벽에 울린 2번의 초인종 소리 모두 출입문 비밀번호를 열고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집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A씨는 자신이 함께 있던 일요일에 사건이 발생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했지만 밀려오는 불안감은 감출 수 없었다.

그가 출근하고 난 뒤 집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수업을 받는 딸들과 아내만 남은 상황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 왔을 거라 생각한 A씨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30대 남성을 붙잡아 두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4~5명의 남성이 집에 찾아왔다고 밝혔으나, 경찰이 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3명의 남성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1시10분과 4시50분쯤 각기 다른 20대 남성이 찾아왔고, 11시2분쯤 30대 중반의 남성이 찾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3명의 남성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해당 채팅앱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수색영장을 신청했다.

남성 3명을 A씨의 집으로 유도하고, 현관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준 신원미상의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서다.

사건이 일어난 지 8일 만인 27일 오후 4시쯤 용의자는 광주 북부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다.

용의자는 A씨의 아랫집에 거주하는 남성 B씨(26)였다.

경찰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B씨는 두려움에 결국 자수를 결정한 것이었다.

해당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이 18일 상황은 이렇다.

전남 나주에 거주하고 있는 B씨는 최근 건강이 안 좋아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부모님이 거주하는 해당 아파트 13층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일터로 나갔고, B씨는 혼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윗집에서 쿵쿵대는 층간소음에 신경이 쓰였다.

결국 B씨는 18일 오후 윗집으로 찾아가 A씨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층간소음에 윗층을 한번 더 찾아갔으나 잠잠해지지 않자 평소 휴대전화에 깔려있던 익명 채팅앱에 들어갔다.

채팅앱에서 기존에 있던 채팅방에 들어간 B씨는 '나 미자(미성년자) 여자야', '오늘 우리집 비는데 놀러올 사람', '기분 좋으면 가벼운 스킨십(신체접촉) 가능' 이라는 등의 말로 남성들을 유인했다.

해당 채팅방에는 5명의 남성이 있었고, 이 남성들이 B씨의 거짓말을 믿지 못한 듯한 말을 하자 B씨는 '나 여자 맞아'를 수차례 강조했다.

결국 5명 중 3명의 남성이 B씨의 거짓말에 속에 A씨의 집을 찾아갔던 것이다.

경찰에 자수한 B씨는 "층간소음 탓에 불만이 있어 홧김에 남성들을 허위 채팅으로 유인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한 B씨에게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B씨가 실제로 주거침입을 하는 범법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허위주소를 알려주는 등 간접정범으로 보고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간접정범은 책임 능력이 없고 범죄의사가 없는 사람을 이른바 '도구'로 이용한 범죄를 말한다.

다만 경찰은 A씨에게 속아 초인종을 누른 3명의 남성이 '조건만남'이라는 목적이 아닌, 상황으로서의 '도구'로만 이용돼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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