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강원 평창군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영원한 속죄' 동상. 조각가 왕광현씨는 작품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합당하게 받았어야 할 속죄를 작품으로라도 표현해 민족정신을 고양하고, 일본에게는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진심어린 사죄와 새로운 일본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2020.7.28/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강원도 평창의 한 식물원에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은 남성의 조형물이 설치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일본 전범 기업 자산의 현금화 조치가 임박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일본 내에서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29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전날 조형물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면서 "(일본 전범 기업 압류 자산의 현금화 조치를 앞두고) 강제징용공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려는 한국 정부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 제출한 징용 기업 배상 관련 소송 서류들에 대한 공시송달 기한이 다음달 4일 0시에 끝나면 일본 기업 한국 내 자산 현금화를 위한 후속 절차가 가능해진다. 그간 일본은 자산 현금화가 '양국 관계의 레드라인'이란 인식을 보여왔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가 현금화 방향으로 사태가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번 사건을 이용, 한국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


스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것을 한국 측에 반복적으로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5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에 대해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8일 강원 평창군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영원한 속죄' 동상. 조각가 왕광현씨는 작품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합당하게 받았어야 할 속죄를 작품으로라도 표현해 민족정신을 고양하고, 일본에게는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진심어린 사죄와 새로운 일본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2020.7.28/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일본의 대다수 언론들은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에 대해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아베 신조 총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조형물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반발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소녀상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총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조형물 설치를 계기로 한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상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대응"이라고 소개했다. 아사히뉴스는 식물원 자료에 '영원한 속죄'라는 정식 명칭 외에 '사죄하는 아베상'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 원장은 전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절하는 남성이 아베 총리가 아니냐는 질문엔 “조형물의 남성은 멋지게 생겼다”면서 “아베 총리를 생각하고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 아닐뿐더러 아베와도 닮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나이 일흔이 넘었는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질 이유가 없다”면서 “왜곡된 보도만 보고 욕하지 말고 직접 이곳에 와서 조형물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강경한 반응에 대해서는 “이슈가 되는 것을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저 자기생각을 담은 하나의 작품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평창군 한국자생식물원에 세워진 ‘영원한 속죄’라는 이름의 해당 조형물은 지난 2016년 6월 제작한 조각가 왕광현씨의 작품으로, 높이 1.5m의 앉아있는 위안부 소녀상 앞으로 키가 1.8m인 의문의 남성이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제작비는 김 원장의 사비로 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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