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르지 않고 일관성 없이 임원 선임에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의결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장기 재정목표도 설정하지 않아 장기적인 재정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지도 평가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25일부터 12월13일까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총 13건(문책1, 주의2, 통보10)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감사원은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기준과 집행의 적정성을 살펴달라는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내부기준에 미비점이 있는지, 내부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의결권을 행사했는지를 점검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 확대와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수탁자 책임 활동지침' 등은 회사의 재무상황, 이익규모 등을 고려해 배당금 지급 수준이 과소하거나 과다한 경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공단은 배당금 지급수준의 '과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마련해놓고 '과다' 여부 판단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판단기준상 과소배당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과다배당 여부에 대한 추가 검토 없이 찬성해, 2018년도 결산 기준 27개 기업은 손실이 발생했고, 11개 기업은 당해연도 이익을 초과하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이사회 안건을 상정하였는데도 공단은 의결권을 행사했다.


임원 선임 관련 의결권의 행사에도 일관성이 부족했다. 공단은 사내·사외이사 등이 기업가치 훼손 등 이력이 있는 경우 선임 안건에 반대할 수 있도록 돼 있고, 기업가치 훼손 등 이력은 국가기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1차 판단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 기업가치 훼손 등 이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우면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의 판단을 요청해 그 결과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공단은 지난 2014년 2월 만도의 신사현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행사 방향의 결정을 요청했고, 전문위는 신 대표가 재임 중 만도가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부실 모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 만도의 장기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단은 만도의 신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추후 해당 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는 없었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공단은 2016년 3월 만도의 감사위원 후보 A씨의 선임 안건을 검토하면서 해당 후보가 국가기관으로부터 기업가치 훼손 등 행위로 처벌·제재를 받은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과거 전문위가 신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하였던 점을 참고해 만도의 유상증자 당시 사외이사였던 감사위원 후보 A씨를 기업가치 훼손 등 이력이 있는 자로 규정한 뒤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후 만도와 그 계열회사의 임원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해당 후보들에 대해 내부 기준과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했다.

또 공단은 전문위 판단에 따라 지난 2015년 6월 SK와 SK C&C 합병에 반대하기로 하면서 이와 연계된 조대식 SK수펙스협의회 의장(당시 SK 대표)의 합병 후 법인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공단은 이후 2016년 3월 조 의장을 SK네트웍스 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는 찬성해놓고, 2019년 3월에는 같은 안건에 반대해 일관성 없이 의결권을 행사했다.

장기 재정목표를 설정할 필요성도 지적받았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장기 재정안정 상태를 재정목표로 설정하고 해당 재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수입과 지출을 조정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는 관계법령에 재정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아 재정계산 시 전문위원회는 매번 재정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자문했다.

그런데 복지부는 전문위원회가 재정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자문한 데 대해 제1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2003년)에서 재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보험료율·급여 조정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제2차(2008년)와 제3차(2013년) 종합운영계획에서는 다음 재정계산에서 재정목표를 설정하는 것으로 미뤘다.

특히 제4차(2018년) 계획에서는 재정목표를 설정할 경우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유 등으로 재정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보험료율·급여 조정방안만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재정안정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인 재정목표가 없어 장기적인 재정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 없었다. 재정목표 달성을 위한 기금운용 장기 목표수익률을 설정하지 못해, 기금 규모 변동에 따른 장기 시계의 전략적 자산배분 계획도 수립할 수 없었다.

기금운용 수익이 재정안정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장기간 절대수익률)를 평가하지 못한 채 최근 3∼5년간 시장평균수익 대비 초과수익 정도만 평가해 기금운용직 성과급을 지급하는 문제도 확인됐다.

이 밖에 2010년 이후 감봉 등 제재를 받은 6명의 공단 기금운용직 직원이 관련 법령상 금융회사 임원 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퇴직 후 다른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재취업하는 문제도 확인됐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