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300인, 재석187인, 찬성185인, 기권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이우연 기자,이준성 기자 = 야당의 복귀로 7월 임시국회가 본격 입법 논의를 시작한 지 채 일주일도 안돼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본회의 표결에서 첫 법안이 강행 처리됐다.

176석 과반 의석에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가 현실화하면서 야당뿐 아니라 정치권 안팎에서 국회 기능의 무력화를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는 세입자의 전·월세 계약 기간을 4년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0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여당이 강력 추진해 온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2개가 포함된 법안이다. 전날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자마자 같은 날 처리된 후 이날 본회의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여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이뤄진 첫 법안 통과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4일로 예정된 7월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나머지 부동산 정책 관련 법안들도 모두 처리한다는 목표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법안 등 10여개의 부동산 관련 법안들은 앞서 모두 관련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여당의 '입법 독주' 과정에서 국토교통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상임위 논의 중 제1야당인 통합당 상임위원들은 민주당의 단독 입법, 기습 의결 등 절차상 문제에 강력 항의하며 곳곳에서 갈등을 빚었다.


통상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하려면 상임위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를 하는 게 그간 국회의 관행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위 심사, 찬반 토론 절차 등을 무더기로 건너 뛰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가결된 후 의원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여당의 이 같은 법안처리의 명분은 부동산 관련법 처리의 시급성이었다. 그럼에도 국회법상 법안 처리 절차와 관행을 무시한 채 군사작전 하듯 속도전을 펴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4·15 총선 압승을 국민들의 '일하는 국회' 요구로 해석하고 정부여당의 정책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발목잡기 지연 전략'으로 몰면서 법안 단독 처리의 명분으로 삼고는 있지만, 총선에서 103석을 얻은 제1야당의 목소리를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총선 민의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3권 분립의 핵심 원리인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집권 여당이 정부와 보조를 맞춰 일사천리로 입법을 강행하고 있지만 '입법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는 사실상 사라졌다.

관례적으로 제1야당이 맡던 법사위원장을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가져가면서 야당이 법사위에서 정부·여당의 입법을 견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근 여당의 국회 내 행태는) 과하게 말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절차적인 것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며 "그간 법안이 강행처리 될 때 명분은 야당이 (법안 처리) 시간을 오래 끌어서였는데 이번엔 발목을 잡을 것도 없었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박덕흠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일각에선 여당이 시급한 부동산 정책 관련법을 처리하고 나면 여야 협의를 통한 정상적인 법안 심사에 나설 것으로 보기도 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회에서 마주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동산법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오는 8월에 있을 민주당의 전당대회 이후 지도부가 교체된 뒤 여야 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석도 있다.

윤태곤 실장은 "이해찬 대표가 느끼는 내외부적 책임감과 차기 당대표로 유력한 이낙연 의원은 (마음가짐이) 다를 것"이라며 "이 대표는 임기 내 개혁법안을 처리하고 (야당을) 눌러서라도 진행하고 싶겠지만 (대선주자인) 이 의원은 여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물이 당권을 잡았을 때 여론의 추이를 무시하고 입법 드라이브를 걸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도부 교체 이후 여야 협치도 가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도부 교체 이후에도 여당의 독주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여당은 기본적으로 당청 관계라는 게 있기 때문에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차기 대권주자가 (당대표가) 아니라도 당청 갈등이 있다는 건 고민일 수 밖에 없다"며 여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앞으로 정국이 여야 협치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 "거의 없다"며 "아마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협치는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 드라이브에 대해서도 "부동산 법안이 효과가 없다면 행정수도 이전이 훨씬 가속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여당의 '입법 독주'에 임대차 3법에 찬성해 온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쓴소리를 냈다.

심 대표는 이날 "진보정당이 선도해 온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면서도 "오로지 정부안 통과만을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통법부'의 모습으로, 민주당이 매우 무리했다"고 비판했다.

군사독재 시절 행정부가 원하는 법안을 통과만 시켜 '통법부'라 불린 국회 모습을 빗대 꼬집은 셈이다.

심 대표는 "지금 21대 국회 초선의원이 151명이고 이분들이 처음으로 경험한 임시국회의 입법과정이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여당 초선의원들은 생각이 다른 야당과는 대화와 타협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배우지 않을까, 또 야당 초선의원들은 우리가 집권하면 배로 되갚아줄 것이라는 보복을 다짐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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