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구애'만 보이는 민주 전당대회…의제도, 철학도 없다
"예상보다 너무 볼거리 없다"…후보들 '어젠다 부재' 아쉬움 고개
친분 과시하다 '부적절' 지적도…통합당선 "전대용 생존 몸부림"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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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8·29 전당대회에서 '어젠다'(의제)가 사라졌다. 자신을 차별화할 정책 의제 대신, 친문세력의 지지를 호소하는 구애만 남은 것이다.
당은 선거를 20여일 앞두고도 저조한 흥행을 전례없는 온라인 선거 탓으로 돌리지만, 내부에서는 그 원인을 후보들의 '의제 부재'에서 찾는 목소리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차기 지도부의 전당대회 메시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당 지도부 안에서까지 감지된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흥행 부진과 관련해 "파격적이고 정치적 고민이 드러나는 목소리가 전당대회에서 나오기를 기대하는데, 예상보다 너무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이 정치인생에서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전당대회 무대에서 연설을 하는데 개성도, 철학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25일부터 주말마다 진행돼 온 순회합동연설회에서 출마자들의 메시지는 대부분 자신의 출마 결심 배경이나 지지 호소에 방점이 찍혀있다.
당권주자들을 예로 보면,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는 각기 '코로나19 국난 극복', '재보궐·대선·지방선거 승리', '시대 교체'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지난달 31일 세종을 찾아 발표한 '뉴딜 구상' 등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방법이나 정책적 접근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 등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발언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의 주류이자 최대 다수가 된 친문과 그 뿌리인 친노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노력이다.
지난 1일 경남 연설에서는 김종민 최고위원 후보가 현장에 있던 김 지사를 향해 "법제사법위에서 혹시 경남을 위해 할 일 없나.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면 바로 앞장서서 뛰겠다"고 말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친분을 강조하기 위한 농담이었지만, 이른바 '드루킹 댓글사건' 공모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김 지사에게 법사위원이 도움을 약속한 모습이 돼서다. 법사위는 법원과 검찰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어 '사법농단'을 떠올리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으로 정책 논의에 불을 댕긴 것처럼 정치권의 시선을 잡아끄는 '한방'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당내 계파의 '친문 단일화'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본다고 해도, 정책 어젠다의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후보들의 공약도 관심 밖에 놓인 상황이 됐다.
당내에서는 조용히 아쉬움을 달래고 있지만, 당밖에서는 이를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2일 김부겸 후보를 향해 "어설픈 문파 흉내를 내는 것은 그나마 있는 지지자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통합당 의원도 전날 "민주당 내 합리적 인사란 그간의 평판도 전당대회용 생존 몸부림 앞에 무력해지나 싶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전당대회 흥행 부진을 지적하며 "당이 문빠(극성 지지층)들에게 잡아먹힌 상황에서 애초에 후보들 사이에 쟁점이란 게 생길 수가 없다. 남는 것은 그저 문재인에 대한 충성 경쟁, 문팬들을 향한 구애 경쟁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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