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 구례5일장을 찾아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6일 경기 연천군 군남댐 방문에 이어 문 대통령이 집중호우 관련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청와대 제공) 2020.8.12/뉴스1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피해를 살피고 싶었는데 상인들에게 누가 될까봐 못 왔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유례없이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수해피해가 극심한 경남과 전남, 충남 현장을 방문해 피해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를 방문했다. 화개면은 400세대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336동의 건물 침수 등 재산피해가 났다.

문 대통령은 꽈배기 가게, 약초 가게 등을 방문해 "화개장터는 영호남의 상징으로 국민들이 사랑하는 곳인데 피해가 나서 안타깝다"고 상인들을 위로했다.


자원봉사자들과의 간이 간담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할 때 여러모로 걱정도 된다"라며 "혹시 오히려 또 더 조금 복구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부담을 주거나 누가 되지 않을까 해서 늘 망설여지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이 아주 절박한 것 같아서, 그래도 대통령이 직접 와서 보면 피해도 좀 더 (살펴)보고, 주민들에게도 위로가 되고,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또한 "하동군에서는 섬진강댐 방류 때문에 침수 피해는 불가피하게 입었지만, 민관군이 협력해 방류 소식을 듣는 대로 곧바로 주민들에게 경고하고, 대피시킨 덕분에 인명피해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잘 막아낸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며 "노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다들 용기 내주시고, 국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또 중앙정부까지도 함께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하루라도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군 장병에 대한 안전관리를 당부하자 윤상기 하동군수는 "우리 39사단장이 지금 3일째 현장 근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39사단 출신이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을 찾아 제방 및 도로 유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6일 경기 연천군 군남댐 방문에 이어 문 대통령이 집중호우 관련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청와대 제공) 2020.8.12/뉴스1

이어서 문 대통령은 전남 구례군 구례읍으로 향했다. 구례군은 20개 마을에서 이재민 1318명이 발생했고, 1268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문 대통령은 구례5일시장에서 "우선 대통령 방문이 그래도 군민들에게 희망이나 격려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무엇보다 행정이나 재정 지원이 빠르게 되는 것이 시급한데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11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화상 국무회의에서 전남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와서 보니 실제로 피해액을 계산 안 해봐도, 눈으로만 봐도 특별재난지역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하루빨리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몸만 겨우 빠져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혈압약이나 신경통약 등 평소에 매일 드시던 상비약들을 챙겨 나오지 못했을 수가 있지 않나"라며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약도 있을 텐데 가능하면 종전 처방대로 빨리 약이 공급될 수 있도록, 그런 부분까지도 조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홍수로 쓰레기더미가 가득 찬 구례5일시장을 돌아보았다. 문 대통령이 걷는 시장 내부 바닥 곳곳에 사료 더미와 생활쓰레기 더미가 놓여있고, 바닥에는 진흙이 깔리면서 악취가 심하게 났다.

일부 상인들은 문 대통령을 보자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식기 등을 씻고 있는 상인과 자원봉사자들 옆에 앉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를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 6일 경기 연천군 군남댐 방문에 이어 문 대통령이 집중호우 관련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청와대 제공) 2020.8.12/뉴스1

이어서 문 대통령은 구례읍 양정마을로 향했다. 섬진강 물에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집 지붕 위로 대피한 소들이 구출된 현장으로, 현재 물이 다 빠졌으나 진흙 공터로 변해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양정마을은 사육하던 소 1600두 중 이번 호우로 400여두만 남았고 1200두의 소가 죽거나 떠내려갔다. 남은 400여두의 소도 파상풍과 질병으로 계속해서 폐사되고 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소들이 물만 먹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자식이 죽어가는 심정같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가축을 키우는 분들이나 농사짓는 분들은 오랫동안 노력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참담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크레인 벨트와 마취총을 쏘아 구출한 지붕 위의 소 중 최근 암소 한 마리가 쌍둥이 송아지 2마리를 출산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큰 희망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체 일정에 수석 이상 고위 참모진은 모두 배제하고 경호·의전·부속 및 대변인, 국정상활실장 등 5명의 비서관만 동행했다. 현장인원을 최소화를 위해 각 지역 도지사 역시 배석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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