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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한민국이 심각한 대립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정치적 의견 차이나 빈부격차도 아닌 부동산 문제가 국민을 분열시키는 양상.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하나만 가진 자와 여러 개 가진 자, 세입자와 집주인 등. 부동산 폭등에 분노하거나 열광하는 이들 모두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안락한 주거수단과 노후대비 안정적 수익을 보장받기 위한 투자재가 아니라 약탈하고 더 갖기 위해 존재하는 부동산. 대한민국은 이대로 괜찮을까.
# 지난해 말 이메일을 통해 날아든 한 통의 제보. 자신을 서울시내 한 신규분양아파트에 당첨된 신혼부부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전매제한 기한이 끝나기 전에 1억원의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매각했다. 하지만 몇 개월 새 5억원짜리 분양권이 10억원을 호가하고 부부는 이혼 얘기가 오갈 만큼 심각한 갈등에 봉착했다. 분양권 매수인을 찾아가 시세차익의 절반이라도 보상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제보자는 앙심을 품고 정부에 투서를 뿌리기 시작했다. 매수인은 정부 부처 공무원으로 불법전매에 가담, 공직자 윤리 강령을 위반했다는 게 요지다. 현행법상 불법전매 당사자 중 매도인만 처벌하기 때문에 제보자는 소송을 진행하지 못하고 투서만 뿌리며 매수인을 협박했다.
증거 없는 현금거래… 종이 계약서조차 존재 안해
이런 이유로 서울시가 적발한 불법전매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서울시와 경찰이 단속해 적발한 불법전매 건수는 ▲2017년 18건 ▲2018년 19건 등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불법전매 고발 포상금은 2017년 8350만원에서 2018년 1억8350만원으로 54.5%나 급증했다. 포상금 지급 건수도 같은 기간 52건에서 93건으로 늘었다.
현행법상 분양권을 불법전매하거나 알선하다 적발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불법 수익의 3배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분양권 불법전매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인기지역의 아파트 분양권이 ‘로또’라는 인식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공인중개사 A씨는 “아파트 청약 신청자 중 계약금 마련도 안 된 경우가 많다”며 “1주택자 이상은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지만 대출이나 전매를 알선하는 곳에서 아파트 분양대금 마련은 당첨 후에 고민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소개로 문의가 오는데 불법전매만 전담으로 하는 곳이 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단속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권 불법전매가 적발되더라도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 역시 문제다. 주택법상 분양권 전매제한은 행정당국의 규정이지만 당사자 간 합의된 계약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불법전매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발 불가능한 오지도 사실상 사기로 판매”
서울 외곽에서 10여년 간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한 S씨는 “부동산이나 경매 공부를 하며 돈도 벌 수 있다는 말로 구직자를 유인해 사기성이 있는 토지 판매행위를 교육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무작위 텔레마케팅 업무를 시켜 전화와 문자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토지매매를 권유하는데 실질적으론 지인 영업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S씨가 제공한 토지매매계약서를 보면 올 5월 경기 시흥시 방산동 산22-2 필지를 4억2000만원에 취득한 회사가 있다. 취득 면적은 6149㎡다. 3.3㎡당 매매금액은 22만5000원. 한두달 후 이 업체는 개인과의 매매계약을 통해 3배 이상 비싼 3.3㎡당 72만9000원에 땅을 팔았다. S씨는 이 업체를 기획부동산이라고 추정했다.
등기부를 보면 특이사항이 있다. 땅의 소유권 취득이 불가하고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이 지역은 정부가 7월1일 투기거래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업체에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형태로 불법영업을 하는 것이다.
S씨는 “이 땅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개발 가능성이 낮다”며 “만약 개발된다고 해도 개발이익이 토지주에게 갈 수 없다. 해제 시 공익사업을 위한 수용으로 보상금액이 공시지가의 2~3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3.3㎡당 8만원 미만이다. 기획부동산은 이 땅의 보상금액이 3.3㎡당 180만원에 달한다는 과장광고로 소액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먹잇감 된 비규제지역… 서울도 구멍 숭숭
최근 수도권뿐 아니라 제주, 강원 등에선 이 같은 분양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정부가 대출과 청약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틈새를 노린 비주거용 부동산을 아파트와 똑같이 설계해 분양하는 꼼수가 횡행하는 것이다. 이런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생활형숙박시설은 실제 아파트와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주택에 포함되지 않아 대출이나 청약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빈틈이 있다. 당초 오피스텔이 이 같은 규제 틈새상품으로 인기를 모았지만 정부가 오피스텔을 주택에 포함시키며 비주거용을 가장한 주거용 부동산이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진 꼴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이들 틈새상품을 ‘오·도·생’(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생활형숙박시설)이라고 부른다. 올 7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분양한 생활형숙박시설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의 경우 최고 266.83대1, 평균 38.87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이 앞서 6월에 선보인 서울 중구의 도시형생활주택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도 최고 34.9대1, 평균 10.69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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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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