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는 작가·출판사·작은서점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출판계, 20일 도서정가제 긴급 현안 토론회
현행 도서정가제 기준 유지 또는 '완전 도서정가제' 제안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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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도서정가제 개정 시한이 오는 11월20일로 다가온 가운데, 출판계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지속하거나 또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할인 범위에 있어서는 최대 15%(가격할인은 10% 이내)인 현행 기준을 유지하거나, 정가대로만 파는 '완전 도서정가제' 제안도 나왔다.
신현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 '문체부가 뒤흔든 도서정가제, 어디로 가는가'에서 "현행 도서정가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작가, 출판사, 작은서점 등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현행 도서정가제가 흔들리는 것을 경계했다.
신 사무총장은 "저는 사실 총 15%의 할인이 가능한 현재의 도서정가제도 만족스럽지 않다"며 "작은 동네서점들이 임대료 등이 필요 없는 거대 온라인 서점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어 "작은서점들이 불리한 점은 임대료뿐만이 아니"라며 "출판사들이 작은서점들에 책을 공급하는 요율은 온라인서점에 비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사정 속에서, 그나마 있는 현행 도서정가제마저 흔들린다면 대한민국에는 결국 미국처럼 거대한 온라인 서점 몇 개, 공룡 출판사 몇 개만 남게 될 것"이라며 "당연히 문화의 다양성은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사무총장은 "만일 현행 도서정가제가 폐지된다면 출판생태계의 붕괴는 '명약관화'하다"며 "출판계는 천박한 정글자본주의가 횡행하다 결국 공멸의 길로 들어서고야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출판계 관계자들도 이같은 입장에 공감을 표했다. 조진석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2009년부터 책방을 운영했는데,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2014년까지 (이 업계는) 정글이었다"라며 당시 인터넷서점 등에서 도서 가격 할인폭을 크게 해 동네서점들의 경영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파격적인 도서 할인율이 가능한 시절을 지나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동네서점들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좀비'처럼 살고 있는데, 도서정가제가 더 안 좋아지게 되면 (진짜) 좀비가 될 것 같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를 운영하는 김환철 한국웹소설협회 회장도 도서정가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국 순수서점 수는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20여년 동안 지속 감소해왔지만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는 감소폭이 완화됐다"며 "2015년 97곳에 불과했던 독립서점도 2020년 650곳으로 증가했는데, 개정 도서정가제가 특색 있는 작은 서점들이 경쟁력을 갖고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독자가 현재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책 값이 비싸서라기 보단 책을 더 할인해서 판매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어서"라며 "출판·서점계의 상황을 잘 이해시킬 수 있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은 현 도서정가제에서 더 강화된 규제인 '완전 도서정가제'를 제안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4항에 있는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해야 한다'는 내용만 남기고 '가격할인'이 나오는 5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 때문에 이 난리를 치는 게 아니냐"며 "이 조항을 삭제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과 박옥균 1인출판협동조합 이사장도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 또는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토론회 좌장으로 나선 송성호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는 "책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가치를 전달하는 도구이며, 상징"이라며 "문체부와 청와대는 (앞서 민관협의회 등에서 논의를 통해 도출한) 도서정가제 합의안대로 집행하고, 밀실행정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에 대해 뉴스1에 "출판계에서 나오는 내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민관협의체 협의 결과와 국민 여론, 업계 의견 등을 추가로 수렴해 도서정가제 개정안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방향성을 세워서 출판계 등과 협의할 예정"이라며 "어느 정도 안이 나오면 업계에 설명하고, 세부적으로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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