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 제도 추진에 "치밀히 설계해 꼼수 차단해야" 전문가 조언
김우찬 고려대 교수 "'50%+1주', 주주평등 취지 구현 불충분…룰 우회 위한 저가 차등 매수 '꼼수' 막아야"
이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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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전문가들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우회할 '꼼수'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가지고 있는 제도상의 허점을 지적하며 정부 당국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의무공개매수제도란 상장기업의 지분을 새로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려는 투자자가 소액주주의 주식도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에 사들이도록 하는 제도다. 소액주주도 지배주주와 동일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포지엄에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50%+1주' 제도가 원래 취지를 구현하기에는 불완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현실화해도 이를 피하려는 '꼼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50%+1주 공개매수 방안'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분의 전체가 아닌 50% 매수에 그친다면 주주 평등 대우 원칙이 이뤄질 수 없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상장기업을 투자자가 인수하려 할 때 최대 주주의 지분이 40%라면 '50%+1주'를 적용할 경우 일반 주주로부터 공개매수해야 하는 주식은 10%에 불과하다. 시장에는 60%의 일반주주의 주식이 있음에도 투자자가 매수해야 하는 지분은 10%에 그쳐 경쟁률은 6:1이 된다. 결국 이 경우 일반주주가 누릴 수 있는 지배주주 프리미엄은 16.7%에 그치는 셈이다.
김우찬 교수는 "지난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는 50%+1주 공개매수 제도를 제시했는데 이 경우 주주에 대한 공평한 대우가 이뤄지지 못한다"며 "83.3%의 주주는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불평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당초 제도가 목표로 하는 지배주주 프리미엄의 인하도 달성될 수 없다고 봤다. 김 교수는 "50% 룰의 경우 지분을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전체 주식을 사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진다"며 "50%까지만 프리미엄을 부여하면 되기 때문에 인수자가 전체 프리미엄을 낮출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에 제도가 목표로 하는 이중상장 및 피라미드 지배 구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우회할 수 있는 꼼수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저가 차등 매수(로우볼링) 전략이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최대 주주의 지분 25% 이상을 매수할 때 발동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의무공개매수 시 가격 산정 기간이 6개월 내외로 짧다면 이 기간이 지난 뒤 저가로 차등 매수해 룰을 우회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전략을 펴는 매수자는 최대 주주의 지분 24%만을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으로 지분을 사들인 뒤 6개월을 버틸 수 있다. 이후 6개월이 지나면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에 남은 1%를 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룰을 우회할 수 있다고 봤다. 시간차 쪼개기를 통해 지분율 25%를 넘기고도 낮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
김우찬 교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반드시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가 공평한 대우를 받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제도를 잘 설계하지 않는다면 의무공개매수제는 도입하나 마나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꼼수'를 막을 방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영국의 경우 의무공개매수 가격 산정 시 6개월이었지만 이를 12개월로 길게 늘였다"며 "또한 산정 기간이 지나 낮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시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수 수락 조건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인수 수락 조건이란 영국에서 도입된 방식으로 일반 주주들이 의무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다면 아예 인수를 무효화시키는 규정이다. 낮은 가격을 제안한다면 일반 주주들이 응하지 않을 것이고 지분 확보에 실패할 시 공개매수와 경영권 인수가 무효가 되도록 하자는 것.
김 교수는 "실제로 테스트를 한 결과 의무공개매수 가격 산정 기간이 6개월에 그치면 '로우 볼링'이 일어나지만 12개월이 되면 이 현상이 사라졌다"며 "이 때문에 일부 국가가 시행하는 6개월 대신 12개월로 기간을 정한 뒤 일반주주가 응하지 않는다면 인수를 무효화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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