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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은행에 동산근담보권을 설정해준 기계를 제3자에게 팔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7일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해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산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는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채무자가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를 위반하여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재형 대법관은 "동산담보약정을 이행할 의무가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고 해서 동산담보권 설정 이후의 사무까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고, 채권자가 동산담보권을 취득한 다음 담보권설정자가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유지 의무 등은 담보권설정계약 당시와는 성질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의무는 계약 당시의 단순한 채권적 의무를 넘어 동산담보권자의 담보물에 대한 교환가치를 보전할 의무로서의 내용과 성격을 갖기 때문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로 봐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황씨는 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을 받으면서 동산근담보권을 설정해 준 기계를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해 은행에 손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황씨는 또 회사의 자금 148억원을 회사 업무목적과 상관없는 베트남 건물신축사업에 투자하거나 개인사업체 운영비 명목으로 사용하고, 회사업무를 하지 않는 아내에게 급여명목으로 9억원을 지급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황씨는 동산담보권 설정자인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은행에 대한 채무 변제시까지 그 담보물건인 기계들을 담보 목적에 맞게 보관해야 할 임무를 부담해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하고 횡령과 배임 혐의도 유죄로 봤다.
1심은 황씨에게 징역 6년 및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심은 사건을 병합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타인의 사무에 관한 해석을 통해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사법(私法)의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사적 자치의 침해를 방지한다는 데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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