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 발걸음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2020.8.30/뉴스 © News1 박아론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양새롬 기자 = 코로나19 확산이 밤을 잊은 도시 서울의 풍경을 뒤바꾸고 있다. 밤 9시 이후 경제활동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권위주의 시절 '통금'(통행금지)을 연상케 하는 상황이다.

'천만시민 멈춤 주간'을 선포한 서울의 일상생활 변화는 피부로 체감되고 있다. 비필수 인력의 재택근무가 확산돼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고, 출퇴근이 불가피한 직장인들도 동선과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행을 913회 줄여 평소 대비 80% 수준으로 낮췄지만 시민 이동이 줄면서 대중교통은 한산하기만 하다. 시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후 대중교통 이용객 감소율은 30.5%에 달한다. 격상 전 14.7%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밤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대부분의 점포가 집합금지 명령 대상에 포함되자 거리는 텅 비었다. 반면 숨 돌릴 틈 없이 바빠진 택배·배달 기사들은 분주히 도심을 누비고 있다. 현장 기사들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물량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입을 모은다.


유성욱 전국택배연대노조 사무처장은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이전 1월에는 하루 250개 정도 배달했는데 최근에는 320~330개 정도 배달한다"면서 "물량의 보통 30~40% 정도를 음식이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당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르자 최근 출퇴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점심 도시락이 유행이라고 한다. 배달로 시켜 해결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조차 불안한 이들은 직접 도시락을 싸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손모씨(29·여)는 올초 코로나19 1차 유행때 가지고 다니던 도시락통을 다시 꺼냈다. 확진자가 줄며 외부식당을 이용했지만, 최근 수도권 유행이 심각해지자 전날(31일)부터 다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손씨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우리 층에만 열명 남짓"이라며 "이전에는 도시락을 싸온 사람들끼리 다같이 모여 먹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에는 각자 자리에서 따로 먹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일하는 A씨는 도시락을 직접 싸지는 않지만 출근길에 구매해 점심을 해결한다. 그는 "아침에 출근 준비로 바빠 도시락을 쌀 시간이 없다"며 "그래도 당분간은 조심해야 할 것 같아 회사 근처 카페에서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을 단체로 주문해 먹는 일도 늘고 있다. 직장인 B씨는 "아무리 마스크를 낀다고 해도 만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입문을 지나,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로 나가야 하는 만큼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다같이 식사를 주문하되 음식이 오면 흩어져서 먹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의도에 근무하는 직장인 손모(29)씨가 출근하며 지참한 도시락.(독자제공)© 뉴스1

강화된 집합금지 조치로 크게 변화된 일상생활 패턴에 불편이 적지 않지만 시민들은 차차 적응해나가고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장모씨(38)는 최근 회사가 입주한 건물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재택근무로 전환됐다. 영업직으로 평소 저녁자리가 많았지만 집합금지 대상이 대폭 강화되며 부담 없이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만 머물고 있다. 자녀들 걱정에 외출마저 최소화하고 있다.

장씨는 "업무 특성상 미팅이 잦은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얼굴을 마주대할 때마다 꺼림직한 느낌이 들곤 했다"며 "거래처에서도 이해해주고 회사 공식 지침이 내려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게 보면 1~2주 참아 감염병이 잡히면 다행이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사무직 C씨는 "휴가도 못 즐기고 집과 직장만 오가는 생활에 답답할 때가 많지만, 학교도 제대로 못가는 아이들이 더 불쌍하지 않냐"며 "비상시국에 비상조치인 만큼 모두가 조금씩 참아 이 고비를 잘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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