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대법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9.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진 기자,정윤미 기자 = 여야는 2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법원 판결에 대한 여권의 비판이 '사법부 독립성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대립했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여부에 대해서도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질의 도중 "행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와 법무행정의 책임자인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대놓고 특정 판사와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의 진원 중 하나로 꼽히는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의 박형순 부장판사의 판결을 놓고 최근 여권의 비판이 거셌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런 잘못된 집회 허가 때문에 그런 것들(방역조치)이 다 무너지고, 정말 우리가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진 것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이른바 '박형순 금지법'으로 불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지적하신 내용은 충분히 공감한다"며 "삼권분립의 취지나, 판사의 결정에 대해서 비판할 때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생각들에 대해서도 위원님 생각에 동의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고, 판결에 대한 논평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판이나 논평이 돼야 하지 않는가 하는 원론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도 "집단적 린치"라며 "어떤 의원의 경우 '판새'라고 하는 형태로 노골적으로 판사를 비난하는 언행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관으로서 해야 할 말씀을 하시는 것이 대법관이 되시겠다는 분의 태도"라고 답변을 재촉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구체적이고 정치적인 사건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기가 참 곤란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고, 김 의원은 "(여권 고위공직자들의 발언이) 잘못된 언행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당연한 직무라고 생각하는데 공감하지 않느냐"고 재차 되물었다. 이 후보자가 기존 답변을 되풀이하자, 김 의원은 "계속 답변을 앵무새처럼 하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권의 비판은) 사법부의 독립과 무관한 일"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그 결과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백 의원은 "결정을 내릴 때 '이렇게 하지 말아라' 하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그 결정이 결국 가져 온 결과가 너무나 참혹하고 크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공직자와 국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지금 현재 재판 중이기도 하고, 그런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상당히 곤란한 입장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2020.9.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사법농단과 관련해서는 '대법관이 되고 난 뒤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기존 대법관들처럼 상황을 방치할 것인가'를 묻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이 후보자의 답변이 문제시됐다.

이 후보자는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대법관이 아닌 법관으로서 그런 상황을 거부할 수 밖에 없다"고 했고, 유상범 통합당 의원은 이어진 질의에서 즉각 "사법농단과 관련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며 "무책임하게 답을 할 수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질문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지적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조수진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 같은 경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사법농단 규명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실체가 확정되지 않은 사법농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아직까지는 의혹"이라고 했다.

그러나 백혜련 의원은 "사법농단 사건은 재판 중일 뿐이지, 의혹이라고 볼 수 없다"며 "양승태 재판부에서 청와대와의 거래, 여러 행정처에서 판사들에게 전화했던 것들이 다 드러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위장전입 및 부동산 다운계약에 이어, 판사인 배우자가 관사에 머물며 부친의 아파트를 저렴하게 매입했다는 '관사 재테크' 의혹이 나왔다.

전주혜 통합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7개월 만에 후보자께서는 3억5000만원 정도의 차익을 거두신 것"이라며 "매수 가격의 70% 정도의 시세 차익"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해당) 주택이 그 당시에도 재건축이 될 거라는 건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있었다"며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릴 거라 생각해서 긴 생각으로 앞으로 우리가 살 집을 생각하면서 주택을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02~2005년 동안 3차례에 걸쳐 부동산 다운계약을 체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운계약서 작성을 의식하면서 했는지 자체는 잘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세무서에 저렇게 신고돼 있었다"고 인정했다. 2005년 8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이 장인 집에 위장전입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