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이 8일 오전 기숙사에서 나와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2020.9.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업무복귀 결정을 내리면서 집단휴진 사태가 일단락됐다. 9일 오전 7시부터 전원이 진료 현장에 복귀함에 따라 의료공백이 빠르게 메워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의료정책 개편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현 정부에서 재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료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싸늘해진 국민 여론과 국시 거부 사태 실타래를 푸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대전협 새 비대위는 전날(8일) 저녁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마라톤 대의원 회의에서 파업을 철회하고 전원 업무복귀 하기로 결정했다. 의결권을 행사한 105표 중에서 93표가 찬성표를 던졌고, 파업 유지 의견은 11표에 그쳤다.

대전협의 집단휴진 철회 의결로 지난달 21일부터 이어져온 전공의 파업은 19일만에 마무리됐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 간 합의에 따라 총파업도 무산된 만큼 의정갈등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의료공백 사태는 봉합됐지만 후유증은 적지 않다. 의사 국가고시(국시) 거부는 여전히 의료계와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추가 시험으로 구제를 주장하는 의료계와 '재시험 불가' 원칙론을 고수하는 정부가 맞서고 있다.

이미 한 차례 국시를 일주일 연기했던 보건복지부는 다른 국가시험과 형평성, 공정성을 감안하면 추가 구제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향후 강경투쟁을 빌미로 엇비슷한 요구가 잇따를 수 있는 전례를 만드는 것도 큰 부담이다. 또한 전공의 파업 사태를 풀기 위해 정부가 상당 부분 양보했는데 또 물러서면 행정기관의 권위가 크게 손상된다는 점도 감안하고 있다.


다만 서울대 의과대학생 70.5%가 국시 거부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등 의대생들의 기류가 변하면서 정부 역시 재연장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고 있다. 이윤성 국시원 원장이 이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부에 구제방안을 적극 건의해보겠다고 밝혔고, 복지부는 의대협 공식 요청이 있으면 '검토해보겠다'며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응시율이 14%에 불과해 내년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고심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의료인력 충원을 위해 정책을 내놨다 철회했는데 수급예정 인원마저 충원이 무산되면 의료현장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가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만나 주먹을 맞대고 있다. 2020.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한편 의정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번 정책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향후 언제든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이 필요하다는 정부와 의료수가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의사들의 입장차가 첨예해 향후에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비상시국 속에 잠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언제든 의정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사안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장기화 덕분에 의정갈등이 당분간 재부상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의료계와 국민 역량을 집결해 코로나19 방역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갈등을 유발할 공공의료 개편 재추진을 강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관계자는 "섣부른 정책 추진에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결국 원점 재검토까지 후퇴했다. 재추진 명분을 쌓고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문재인정부에서 공공의료 개편 추진은 물 건너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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