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미국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 갑작스러운 북한 이슈 몰이가 전개되는 모양새다. 미국 대통령은 물론 고위 관료들도 일제히 '온건' 발언을 내놔 배경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강하며, 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별도의 북한 관련 정세 평가나 입장은 없이 오로지 김 위원장 관련 내용만 한 줄로 올렸다.


미 대선 국면이 전개되면서 한동안 북한 관련 동향은 잠잠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화제가 됐다.

그의 '뜬금없는' 발언의 이유를 두고, 최근 발간된 트럼프 대통령 관련 책과 관련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1972년)'을 취재해 명성을 알린 밥 우드워드 기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18번 독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격노(rage)'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내주 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았다는 친서의 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정상 간 교환된 친서의 내용이 이 같은 방식으로 공개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외교적 결례에 해당할 수도 있으며 특히 최고지도자의 '존엄'을 강조하는 북한 체제에서는 김 위원장의 언급이 전 세계에 공개되는 것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우드워드 기자에게 친서 내용은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의 반응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이 맥락에서 해석하면 우드워드 기자의 출간에 따른 후폭풍을 진화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나름의 제스처일 가능성이 있다.

장기 정체된 비핵화 협상에도 불구하고 정상 간의 친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불쾌감 표출을 자제시키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미국 고위 관료들의 대북 온건 메시지가 연이어 표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겪고 있는 보건 위기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 "우리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그들이 직면한 도전을 지원할 수 있다"라며 북한이 진지한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국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별도의 자료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장관의 언론 인터뷰를 부처에서 다시 자료로 배포하는 것인 다소 특이한 대목이다.

이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북한에서 어떤 체제 불안의 징후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발언에 주목을 받았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는데, 이를 두고 참석자들 사이에서 다소 놀란 기색을 보인 이도 있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북한의 상황은 상당히 안정적"이라며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10일)을 계기로 한 군사 행보도 전혀 징후가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발언은 특히 자신을 초청한 CSIS가 최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사실상 CSIS 측에 '망신'을 주는 행동이기도 하다. 대북 관련 강력한 시그널을 낼 필요성이 배경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인 것이다.

대북 관련 사안에 핵심 당국자들이 이 같은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이를 거듭 강조하는 모습까지 보이자 미국이 북한에 '시그널'을 보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거듭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과시하기도 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일련의 동향들은 북한 관련 이슈를 다시 한 번 더 불지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으론 북한에 극적인 대화를 위한 손짓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이하 국무장관, 군의 핵심 인사가 연이어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낸 것은 대화 정체 국면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10월 북미 정상회담을 일컫는 '10월의 서프라이즈'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북한의 외치, 대외행보에 대한 권한을 상당한 수준으로 위임받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 달 반 가까이 당 중앙의 주요 회의 등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가 모종의 '접촉'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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