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수처 '끌려가기'…비토권마저 내주나 '진퇴양난'
여 주도 공수처법 개정안 결국 상정…추천하기도 안하기도 어려워
"추천위원 선뜻 나서는 사람 없어…많은 사람 접촉하고 있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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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싸고 국민의힘이 진퇴양난에 처했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 시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23일 결국 상정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공수처의 설립 취지와 당위성에 동의할 수 없다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내지 않았다. 이른바 시간끌기 전략을 쓴 것인데 여당이 위법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핑계로 공수처법 자체를 개정하는 강공에 나섰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개정안이 23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면서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선뜻 내기도, 안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법사위에 상정된 해당 개정안은 야당이 후보추천위원을 내지 않아도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공수처법은 7명으로 구성되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2명씩 추천하게 정하고 있는데, 이를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후보추천위 7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을 '5명 이상 동의'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한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야당이 최대 추천몫인 2명을 모두 후보추천위로 올려도 이들의 동의 없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거쳐 지난 2019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 설치법안이 '날치기 통과'된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협조 입장을 고수했다.
절차상 문제뿐 아니라 공수처 자체의 정당성과 설치 근거도 문제삼았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많다며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또 대통령 친인척과 수석비서관 등 최측근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자리가 3년째 비어 있다며 이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라고도 지적해 왔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후보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8일 '야당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면 대통령 특별감찰관 절차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법으로 정해진 공수처 출범 시한(2020년 7월15일)이 이미 두 달이 넘게 지난 만큼 야당이 없이도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다가, 급기야 이 내용을 법안으로 법사위에 상정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상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 반발했지만, 여당은 이미 공수처 후속법안이나 '부동산3법' 등을 야당 없이도 통과시킨 전력이 있는 데다 공수처 출범이 숙원사업인 만큼 유효한 견제구를 날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이런 만큼 국민의힘은 더 이상 후보 추천을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야당 교섭단체 몫 2명을 서둘러 추천해야 공수처법 개정 시도를 저지하고, 공수처장 후보추천위가 정부·여권 인사들로 채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공수처의 위헌 여부와 관련된 결론을 언제 내릴지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국민의힘으로서는 공수처법 개정안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보다는 추천위원을 빨리 뽑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야당은 후보추천위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야권 성향의 인사들일수록 공수처 출범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고, 워낙 정치쟁점화된 사안인 만큼 빠른 추천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법조인 한 사람 비법조인 한 사람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워낙 첨예한 일이라 기꺼이 하려는 분이 잘 없다"며 "진영 간 대결 때문에 훌륭한 분들이 선뜻 하지 않으려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우리도 곧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추천위원을 추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접촉해 고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후보를 추천해야 하는 데다, 그 후보를 찾기마저 쉽지 않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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