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심판대 다시 오를까…"헌재취지 충실"vs"퇴행적"
정부안, 임신14주까지 전면 허용…24주 이후 여전히 처벌
법조계 "사문화 낙태죄 부활…자기결정권 보장 반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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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서미선 기자 = 정부가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주 수에 따라 부분적으로 임신중단(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못한 퇴행적 후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관련 조항이 다시 위헌심사대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7일 정부가 발표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가 전면 허용된다. 임신 24주까지는 기존 낙태허용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 일정 조건 하에 허용하게 했다. 임신 25주부터는 낙태를 하면 종전대로 처벌받는다.
정부는 헌재 결정에서 언급된 '실제적 조화' 원칙에 따라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조항을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은 낙태죄를 무조건 허용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종전 낙태 허용 사유가 너무 제한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것이고, 정부는 헌재 취지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헌재가 낙태 허용 시기로 '임신 22주'를 제시했지만, 오히려 정부는 상담·숙려기간을 거치면 사회경제적 사유를 인정받아 24주까지 허용하도록 해 더 넓은 범위를 인정한 것"이라며 "해외 입법례를 봐도 이번 개정안보다 널리 허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태 허용기간을 '임신 24주'까지로 정하고 그 이후에 대해선 처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사실상 사문화됐던 낙태죄를 부활시킨 것이란 비판도 거세다. 결국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헌재 결정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 소속 이한본 변호사는 "허용 기준을 넓혔더라도 처벌을 남겨두기 때문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관점에선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아이 출산을 형법으로 강요하는 것이 돼 출산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여성의 재생산권도 침해된다"고 밝혔다.
개정안 내용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의 신체적 조건이나 상황이 달라 임신 주 수를 정확히 산정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형사처벌 기준으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법무부 양평위도 이러한 이유를 들어 임신 주 수 구분없이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도 "주 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법의 명확성 등에 현저히 반한다"며 "위헌적 개정안"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장영미 변호사도 이와 관련해 "임신 24주 이내 낙태 허용 사유로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데, 해석상 애매해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당시 소수 의견(3인)이었던 '임신 14주 내 전면 허용' 의견을 주되게 반영한 것도 종교계 등 입장을 고려한 보수적 결정이란 비판도 있다. 당시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다수(4인) 재판관이 언급한 낙태죄 비범죄화 범위는 임신22주였다. 이한본 변호사는 "헌재 결정의 기속력이 있는 것은 주문이고, (임신 주 수) 의견은 참고일 뿐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다"며 헌재가 언급한 '입법재량권'에 따라 전면폐지하는 것이 타당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성명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을 임신 주 수에 따라 형사 처벌의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협소하게 이해하고, 위선의 시대로의 회귀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형사 처벌 기준으로 삼으려면 임신 주수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임부가 과연 임신 23주 5일째인지, 24주 1일째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불명확한 기준을 내세워 임신중지한 여성을 형사 처벌하는 조항은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신 24주 이후에는 사유를 불문하고 임신중지한 여성을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도 헌법상 기본권제한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정부안에 따르면 강간 피해자가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24주 이후 임신 중지를 하면 처벌받는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은숙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 의원은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며 "형법상 '낙태죄' 전면삭제와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 삭제 등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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