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2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이형진 기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20일 진행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건강보험 재정이었다. 무엇보다 야당 의원들의 우려가 컸다.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반면 건강보험 적립금은 갈수록 줄어드는 등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는 질의가 많았다.


◇강기윤 "소는 누가 키우나"…야당 의원들 적립금 감소 정조준

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저출산·고령화는 물론이고 의료 과소비 문제가 심각한데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중은 6.2%에서 8.2%로 상승했고, 이런 추세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1명당 연평균 의료비가 457만원으로, OECD 평균 169만원의 3배 가까이 많다"며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호용 의원은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 이용량은 OECD 회원국 대비 2배 넘게 많아 의료 과소비 현상이 지적되고 있다"며 "정권이 명운을 걸어도 쉽지 않은데, 폭탄 돌리기처럼 재정 대책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재정 추계는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 9월 발표한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보험급여비 증가에 따라 부채 비율이 2020년 80.6%에서 2024년 116.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적립금은 2024년 이후에도 10조원 이상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건보공단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자산은 2023년까지 적립금 사용에 따라 감소하지만, 2024년 당기수지가 흑자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산 규모는 2020년 29조1000억원에서 2024년 30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보험급여비 증가로 인한 충당부채가 2020년 13조원에서 2024년 16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부채 비율도 80.6%에서 116.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오는 2024년 2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모두 소진되고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10년간 국내 의료비 증가율이 연평균 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3%와 비교해 3배로 높다는 이유에서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도 "건강보험 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으로 비급여를 급여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지속가능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부담하는 건강보험 지원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적립금 10조원을 갖다 쓰고 있으니, 마치 곶감 빼먹는 격"이라며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곶감은 누가 만드느냐, 소는 누가 키울지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기윤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는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가계부를 쓰고 있느냐고 물었다. 수입과 지출을 적어 재정 균형을 맞추는 가계부 기능을 빗대 건강보험 문제를 꼬집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국민이 매달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혜택이 2018년 1.88배에서 2019년 1.14배로 대폭 낮아진 것은 '문재인케어'를 홍보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에 유리한 방식으로 통계에 손을 댔다가 뒤늦게 수정한 것이고, 결국 국민을 속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는 전체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이를테면 건보료가 총 10만원이 부과되더라도 직장가입자는 그중 절반인 5만원만 낸다. 건보공단은 2018년 건보 혜택 수치를 계산할 때 직장 가입자가 실제로 부담한 5만원을 토대로 혜택 수준을 계산했다.

반면 건보공단이 지출한 급여비 지출은 회사 부담금까지 모두 포함했다. 이럴 경우 적은 건보료를 내고 큰 혜택을 받은 것처럼 착시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전봉민 의원 지적이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김용익 이사장 "건보료 상한선 개정" 공감…의료과소비 대책 주문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솔직하고 과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건보료 상한선 8%는 40년 전에 설정한 것이고, 현재 유럽 국가는 13~18%, 일본만 해도 9~10% 정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당청구나 부정수급을 적발해도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향후 건강보험에 적자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상한요율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급이나 소득의 8%를 넘지 못하도록 한 건강보험료 상한선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정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 가입자 중 2000만명 정도가 피부양자로 돼 있으며, 일정한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데도 제도 허점을 이용해 건보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를 지적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세 남성이 연간 3062회 진료를 받았고, 건강보험으로 3200만원을 지원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의료 과소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신현영 의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입원치료 없이 외래진료만 연간 70회 이상 받은 국내 환자가 최근 5년 동안 4만명 가까이 증가했고, 그 규모도 연간 100만명에 육박했다. 이들 환자들이 외래진료를 받으면서 지원받은 건강보험 재정은 누적 11조원에 달한다.

입원 없이 연간 70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5년 92만5201명에서 2019년 96만5005명으로 3만9804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보공단이 부담한 건강보험 재정도 2조133억원에서 2조7690억원으로 7557억원 늘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무장병원 대책을 주문했다. 사무장 병원은 의사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가 병원을 개설해 불법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5년간 사무장병원이 편취한 건강보험 재정은 2조원을 훌쩍 넘는다.

김원이 의원은 "사무장병원은 수사 기간만 길게는 3년 이상이 걸린 사례가 있다"며 "사무장병원이 폐업을 하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이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일제히 우려하자 김용익 이사장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건보료 상한선을 높이는 것에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동의했다. 또 국민의 건강보험 혜택 수치가 1년 만에 크게 바뀐 것도 일부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 의사를 밝혔다.

김용익 이사장은 "의료체계 전반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의료쇼핑 등에 대해 (건보 지원을) 차등하는 제도까지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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