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사진=머니S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관련 자율조정을 위해 구성된 은행협의체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은행협의체에 참여한 은행과 개별 접촉해 키코 배상 관련 내부 진행 상황을 파악했으나 의사를 밝힌 은행이 없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 은행협의체에 참여한 10개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SC제일·씨티·HSBC·대구) 중 지난달 말까지 금감원에 자율배상 의사를 밝힌 은행은 없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키코 피해업체는 키코 상품을 계약한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3년 대법원은 키코가 환 헤지 목적의 정상 상품이라며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2018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키코 피해기업 분쟁이 원점부터 재검토됐다. 이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신한, 우리, 하나, 대구, 씨티, KDB산업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으나 우리은행을 뺀 나머지 5개 은행은 불수용했다.


은행별 권고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이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은행들 대다수가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만큼 협의체 운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각 판매 건의 불완전판매를 일일이 들여다보기에는 장시간 소요된다는 점에 우려를 제기한다. 불완전판매가 증명된다 하더라도 키코 피해 기업 배상과 관련한 민법상 소멸 시효 10년이 지나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또 자율배상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도 없고 금감원이 배상을 권고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키코 은행협의체 해체를 논하기는 이르다. 긍정적 신호가 있는 만큼 협의체를 지속 운영하며 은행들의 결단을 기다릴 것”이라며 "피해 기업이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인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 등 라임펀드 판매사들이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원금을 투자자에게 전액 반환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권고를 수용했다. 

이에 키코 공대위 측은 "협의체 협상에 은행들은 진정성을 갖고 임하기를 기대하고 이번 분쟁조정이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희망고문이지 않기를 바란다"며 "11년 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왔고 재기를 위해 몸부림친 피해기업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