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와 LG화학. 전통 화학과 방산이 중심 사업영역인 ㈜한화와 달리 LG화학은 석유화학과 배터리 부문을 주력으로 한다. 사업방식과 주체도 다른 두 기업이 갑작스레 언급된 이유는 단 하나. 최근 비슷한 시기에 물적분할을 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한화는 방산부문의 분산탄 사업을 떼 냈고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분할했다. 같은 물적분할을 했는데 시장 반응은 영 딴판이다. LG화학은 분할 방식과 주주 반발로 계속되는 질타를 받은 반면 한화는 조용하기만 하다. 오히려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과 한화 본사/사진=뉴스1 왜일까. 두 기업의 차이는 모든 물적분할이 논란의 대상이 되진 않는다는 방증이다. 하나의 기업을 두 개 이상으로 분할할 때 주식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뉘는데 한화와 LG화학은 모두 물적분할을 선택했다. 물적분할은 분할하는 기업의 주식을 원 회사가 100% 보유해 자회사로 두는 방식. 신설회사인 분산탄과 배터리는 모두 비상장으로 남게 된다.
전문가들은 같은 분할 방식이라고 해도 회사가 처한 상황과 관련 이슈 등에 따라 논란이 대상이 되거나 아닐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어떤 성격의 기업이고 존속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또 분할 배경이 무엇인지 등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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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도적 무기 접은 한화 vs 알짜 떼낸 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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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두 기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크다. 우선 자산 규모와 비중부터 월등히 다르다. 한화의 분산탄 신설법인의 자산총액은 한화의 총액인 8조2390억원의 0.7%(594억원)에 그치는 반면 24조7275억원에 이르는 LG화학 자산총계에서 배터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1.5%(10조2552억원)에 달한다. 분산탄은 한화의 핵심 사업이 아니지만 배터리는 LG화학의 알짜 중의 알짜였던 셈이다.
분할 배경에도 차이가 있다. 한화가 분산탄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그룹의 글로벌 진출은 물론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분산탄은 정밀 타격 무기와 달리 넓은 지역에 파편을 흩뿌리는 무기다. 한 개의 탄 안에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어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다.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분산탄은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해 생산업체에 대한 투자도 금지하는 분위기다. 벨기에·아일랜드·이탈리아·룩셈부르크·뉴질랜드 등 5개국은 분산탄 생산업체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프랑스 연금준비펀드와 노르웨이 정부연금 및 스웨덴 연금펀드 등 연기금도 분산탄 업체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한화는 이로 인한 피해를 몸소 겪어왔다. 노르웨이 연기금은 한화를 2007년부터 13년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있으며 2018년 네덜란드 금융사들은 한화의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루션과 사업을 추진하다 돌연 중단하기도 했다.
한화와 달리 LG화학의 분할 목적은 자금조달이다. 급격히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맞는 생산 규모를 갖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LG화학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한 상황. 이를 소화하기 위해 연간 3조원 이상의 대규모 시설 투자가 진행 중인 만큼 적기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LG화학은 인적분할보다 제3자의 자금 확보가 더 유리하다고 보고 물적분할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화학의 지분율은 7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혀 상장 후 주식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안 본부장은 “한화의 물적분할은 그룹의 친환경 사업전략과 흐름을 달리하는 소규모 특정 부문을 물적분할해 분리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면서도 “LG화학의 물적분할은 성장가치가 적지 않은 자산비중의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후 IPO(기업공개)라는 지배구조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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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 조달 없이 왜?… 기업 가치 유출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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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LG화학의 물적분할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그 배경이 한화와 달리 명확하지 않아서다. 회사가 밝힌 자금조달이 진짜 목적이라면 기업재무의 상식인 차입 조달을 먼저 고려하지 않고 ‘물적분할과 IPO’를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LG화학은 자기자본 16.8조, 부채가 12.2조다. 여기에서 4조원을 추가 차입해도 부채비율은 100%대에 그친다. 약 20조원을 차입한다고 해도 부채비율이 200%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LG화학은 회사채 발행등급이 AA+로 차입조건이 좋은 상황. 1%대 이자율로 수천억원대의 공모회사채 발행이 가능했을 정도다.
화학의 차입금 부담과 부채비율 해소를 위해 배터리를 물적분할해 돈을 조달하겠다는 회사 측의 분할 논리는 현 상황으론 설명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터리 자체의 매출과 수주잔고 및 시설투자 소요자금 규모라면 거기에 주주 전체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했을 때 굳이 주식을 외부에 팔면서 자금을 조달할 절박한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기업의 가치가 뛰어나면 주식 매각은 내부유보 활용 또는 차입에 비해 기업 가치를 외부자에게 유출시키는 것이 되어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일갈했다.
LG화학의 물적분할이 자금조달 의도라기보다 대주주 주식거래를 통한 이익 실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주식을 통한 자금 조달은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 돈을 벌고 싶거나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 시장에서 대출을 잘 해주지 않을 때 부득이하게 선택하는 수단”이라면서 “LG화학 사례처럼 전적으로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물적분할과 IPO는 문제가 된다. 본질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침해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캐시카우’인 배터리를 떼어낸 뒤 비배터리(석유화학·소재·생명과학)만 남게 되는 LG화학의 일부 주주들은 “빈껍데기만 남았다”고 한탄했다. 한 투자자는 “별짓을 다해도 이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이 될 수 없다”며 “하루하루 흐름은 회사 가치 상승이 아닌 껍데기 LG화학으로의 수렴일 뿐”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