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금융권이 연말 대대적인 최고경영자(CEO) 인사 교체작업에 나선다.

금융지주 영역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3월,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4월 임기를 마친다. 은행권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오는 12월,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지배구조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금융권에선 현직 CEO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포스트 OOO’을 염두에 둔 지배구조 재편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초미의 관심이다.

KB·신한, ‘2인자’ 부회장직 신설 검토

신한금융은 연말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의 인사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대상이다.


관심은 신한금융이 계열사 CEO교체와 함께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지 여부다. 지난해 부회장직 신설을 추진했던 신한금융은 올해도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아시아신탁·네오플럭스 등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합병(M&A)해 몸집을 키웠다. 회장을 도와 그룹을 이끌 부회장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의 자산총액은 820조1909억원으로 이중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7.56%(308조933억원)에 달한다. 비은행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41.3%로 전년 동기 대비 7.7%포인트 높아졌다. 계열사별 비중을 보면 ▲신한카드 16% ▲신한캐피탈·저축은행 13% ▲신한금융투자 6%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5%다.

‘포스트 조용병’ 후보는 진옥동 행장과 임영진 사장이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치며 경영자 코스를 밟은 엘리트다. 임 사장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신한지주 부사장을 맡았고 진 행장이 2018년 말까지 부사장직을 수행했다. 특히 ‘일본통’ 진 행장은 재일교보 주주의 지지를 받고 있어 부회장직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윤 회장이 무난히 3연임에 성공하며 공고한 그룹 내 입지를 보여줬으나 지주 회장 4연임 사례가 없는 만큼 ‘포스트 윤종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KB금융 역시 윤 회장의 3번째 임기 시작에 발맞춰 후계구도를 구축할 수 있는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 중이다. 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은행장 자리에 비견할만한 구조를 만들어 후계자 양성에 나선다는 취지다.

‘포스트 윤종규’에는 허인 국민은행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허 행장은 윤 회장과 손발을 맞춰오면서 지난해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했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위기관리 능력도 입증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역사를 썼지만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로 금감원에 중징계 조치를 받으면서 연임 가능성이 안갯속이다.

금융권에선 두 금융지주의 부회장직 신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최고 경영진 간 경영권 갈등으로 빚어진 KB사태와 신한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내부 경영진으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구축하고 관리해야 경영권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김정태' 후보 면면 살펴보니

‘3인 부회장’ 체제를 갖춘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하나금융은 이달 차기 회장을 추천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을 열고 회장 후보 인선에 나선다. 두 차례 연임(임기 3번)한 김정태 회장은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사진=하나금융
‘포스트 김정태’는 함영주·이진국·이은형 부회장이 꼽힌다. 함 부회장은 사업부문을 맡고 있지 않지만 경영관리부문을 맡아 지주 안살림을 챙기면서 사회공헌활동과 대외활동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또한 지주 차원의 전략기획, 재무기획 등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비리 관련 2건의 재판을 받고 있어 법적리스크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그는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사청탁을 받아 9명을 부당 채용한 혐의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금감원이 올해 초 DLF 사태의 원인이 내부 통제 절차 미비에 있다고 보고 그 책임을 물어 함 부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다. 해당 제재를 받으면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고 하나금융 회장직 도전이 불가능하다.

이진국 부회장은 외부 출신이란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신한증권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발을 들인 뒤 굿모닝신한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신한맨’으로 20년 넘게 일했다. 이은형 부회장은 1974년생인 4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력이나 경험 면에서 아직은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은 내규로 재임기간 회장의 나이가 만 70세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내년 임기를 마치면 만 69세가 된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이 대내·외적으로 연임에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김 회장 연임을 논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