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화상회의로 진행된 제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에서 협정문에 서명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옆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0.11.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최종 서명했다.

RCEP 최종 서명은 지난 8년간 협상에 종지부를 찍은 결실로서, 세계 최대의 FTA(자유무역협정)이자 우리가 참여하는 최초의 메가 FTA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그간 한미 등 양자간 FTA를 체결해 왔지만, 다자간 FTA를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2시까지 싱가포르·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미얀마·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브루나이 등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총 15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RCEP 서명식에 참여했다.

RCEP은 신남방국가들과의 무역·투자 확대를 위한 핵심 프레임 워크로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가해 이끌어 온 중요한 협상이었다. 우리 정부는 RECP의 비아세안 국가들인 한·중·일·호·뉴 등으로 구성된 AFP(ASEAN FTA Partners facilitator)의 의장격을 맡아 이견을 조정하고,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 리더십을 발휘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역할을 해 왔다.


당초 RCEP은 중국 주도로 논의가 시작됐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대항마 성격이 강했다. 지난 2011년 아세안 정상회의 당시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6개국(한·중·일·호·뉴·인)으로 구성된 RCEP의 '2012년 11월 개시 선언'을 목표로 설정했고, 이듬해인 2012년 11월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계기에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지난 2013년 5월 1차 협상이 개시된 이후 31차례의 공식 협상과 19차례의 장관회의, 4차례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RCEP 협정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간 협정문 타결을 선언하고 2020년 서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시장개방협상을 포함해 모든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이날 최종 서명이 이뤄지게 됐다.

애초 인도도 RCEP 협상 대상에 포함돼 있었지만, 최종 서명 명단에는 제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도는 사실 RCEP에서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지만, 인도는 국내적으로 지금 무역 적자가 굉장히 심해지고, 정치적으로도 메가 FTA에 조인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올해 초부터 15개국은 인도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인도는 결국 참가를 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화상회의로 진행된 제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에서 회원국 정상들의 서명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0.11.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번 RCEP 최종 타결 및 서명은 우선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추진해 온 신남방정책의 핵심 성과라는 데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사람(People)·번영(Prosperity)·평화(Peace) 등 3P 전략을 핵심으로 하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한 이후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에 공을 들여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상황과 신남방 국가들의 새로운 협력 수요 등을 반영해 신남방정책을 업그레이드한 ‘신남방정책 플러스’ 전략을 발표했다.

신남방정책 플러스는 3P 핵심축을 유지하면서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7대 전략 방향을 담은 것으로, Δ포스트 코로나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 Δ한국의 교육모델 공유 및 인적자원개발 지원 Δ한류 활용 쌍방향 문화교류 증진 Δ상호 호혜적이고 지속가능한 무역·투자 기반 구축 Δ상생형 농어촌 및 도시 인프라 개발 협력 Δ공동번영의 미래산업 분야 협력 Δ비전통 안보 분야 협력 등 7대 이니셔티브를 토대로 한-아세안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RCEP 체결이라는 성과를 얻음에 따라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은 보다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RCEP을 통해 아세안과의 교류·협력이 경제 협력은 물론 사회·문화 전반의 협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세안 10개국 및 한·중·일·호·뉴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RCEP은 세계인구 절반과 세계 GDP의 3분의1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최대 FTA라는 점은 더욱 큰 의의를 갖는다.

청와대와 정부는 RCEP 체결을 계기로 WTO(세계무역기구) 등 다자체제의 약화와 글로벌 공급망(GVC)의 블록화 및 지역화 경향에 대응해 전 세계에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RCEP이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광대한 시장에의 접근을 더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부여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역내 통일된 무역규범 확립으로 역내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규범이 조화돼 전반적인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도 우리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CEP 타결로 여러가지 수혜가 예상되지만, 적지 않은 과제도 안을 전망이다. 당장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가입 여부가 고민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TPP에서 탈퇴하면서 일본 등 나머지 11개국은 CPTPP로 이름을 바꿔 2018년 공식 서명했다.

최근 다자체제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CPTPP 복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난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CPTPP에 복귀를 하면서 우리 정부에도 가입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 RCEP 회원국에 들어있지만, CPTPP엔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감안한 듯 우리 정부가 CPTPP 가입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이 CPTPP 등에 재가입하고, 우리에게도 유사한 (가입 요구)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예전부터 (가입을) 검토해온 만큼 국익을 생각해 최종 입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CPTPP 가입을 추진할 경우, 중국의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색돼 있는 한일 관계 역시 변수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가입을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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