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당론'서 한발 물러선 與…"산안법과 동시 논의"
"정의당표 중대재해법 위험방지의무 모호"…경영책임자에 형사처벌보다 과징금 의견도
시민단체 반발 우려에 중대재해법도 논의…이낙연 "상임위에 맡기는 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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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정의당이 띄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에 동참하기로 한 더불어민주당이 구체적인 입법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적용 범위가 포괄적이고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 섣불리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낸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에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사업주 등 책임자에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 범위에서 배상할 의무를 부과했다.
정의당의 법안에 대해 민주당은 그간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최근 이낙연 대표가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앞서 이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당론 추진 요구에 대해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당 정책위원회에서 정의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를 대체할 당 소속 의원들의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했다.
민주당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규정한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문제 삼고 있다.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 등에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 법인, 경영책임자는 물론 관련 공무원도 처벌할 수 있게 했는데 '유해·위험 방지 의무'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법안이 사업장 뿐 아니라 다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관련 업계의 반발이 있을 수 있고, 의무 이행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 지우는 것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 수위를 놓고도 민주당에서는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위반했을 시 형사처벌보다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뉴스1과 통화에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는 의무와 관련한 조항이 있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는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규정한 (구체적 세부) 조항이 없다"며 "(사업주가) 조치를 안 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처벌을 안 받고 조치를 잘했어도 사고가 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 기존 산안법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은 처벌 범위를 산업재해로, 처벌 대상을 사업주와 법인으로 규정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대표이사가 사업장의 중대재해 발생 및 재발방지 대책 관련 사항과 근로감독관의 감독 지적 사항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어겨 동시에 3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1년간 3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10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민주당은 산안법 개정안만 추진할 경우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을 고려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전제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의 위험방지의무를 산안법의 안전·보건 및 근로자 안전조치 등으로 명시했는데 해당 법안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장철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산안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상호보완적"이라며 "산안법이 더 꼼꼼하고 튼튼해져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을 때 더 빈틈없이 처벌할 수 있는 구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산안법 개정안이 현실적이긴 하지만 그것만 논의하면 개혁의 후퇴고 시민단체의 반대가 있을 수 있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같이 가지고 논의를 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자 이 대표는 관련 법안의 당론 추진 가능성을 접고 상임위원회에 공을 넘겼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하나의 법안만 나와있는 게 아니라 의견이 다른 쟁점이 포함된 몇개의 법안이 나와있다. 산안법 개정안도 그 중 하나"라며 "(법안 간의) 상충 여부나 법체계의 정합성을 따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법안 내용은 상임위 심의에 맡기는 게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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