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89)가 30일 1심 선고 공판에 마친 뒤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89)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판결받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30일 선고공판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1980년 5월21일 광주 불로동과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 조비오 신부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면서 “501항공대 500MD 조종사 중 1명이 검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광주공원에 사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소요사태 분석집 등 증거를 보면 ‘의명화력제공’이라는 문구가 있고 높은 탄약소모율 등이 기재돼 있다”며 “이와 같은 증거를 종합해보면 적어도 헬기로 인해 1980년 5월21일에 위협 사격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계엄군이 5·18 당시 헬기사격을 했다면 자위권 발동을 무색하게 하고 군이 국민을 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되는 만큼 헬기 사격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전씨는 헬기사격 여부가 매우 중요한 쟁점임을 알고도 이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고록을 집필·출판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씨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반성 등도 없어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벌금형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고령이기 때문에 노역집행이 중지될 수 있다”며 “거액의 추징금도 납부해야 되는 점 등을 볼 때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 및 엄중함 등을 고려해 징역형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유예하면서 5·18에 대한 폄훼를 못 하게 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89)의 1심 선고 공판이 있는 30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 관련 단체 회원 등이 전두환 구속 촉구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전씨는 지난 2017년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비난했다. 이에 조 신부의 유가족이 전씨를 고소하면서 그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3월11일 첫 공판기일에서 헬기 사격을 부인했다. 지난 4월27일 법원에 출석한 전씨는 재판부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공판에서 전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전씨는 반민주적인 결론에 부합하는 절반의 진실 또는 잘못된 논거를 모아 객관적 증거로 포장해왔다”면서 “부정의한 역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자명예훼손죄는 개인 명예를 위한 것이지만 피해자와 목격자의 명예를 보호하는 일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왜곡하려는 이들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될 수밖에 없다. 판결로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