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2020.1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와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내부 회의에 이어 3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면서 "신임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청구 사태와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간 충돌에 있어 거리두기를 해 왔던 만큼 지난달 24일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를 계기로 두 사람간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일각에선 추 장관의 조치가 헌정사상 초유의 사안이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만류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암묵적으로 승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지만, 청와대는 "언급 자체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며 침묵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신중한 기조를 깨고 내놓은 핵심 키워드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인 셈이다. 짧은 지시였음에도 세 차례나 반복했다.

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것은 법률가 출신인 문 대통령의 평소 원칙과 소신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절차적인 흠결'을 이유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가 부적정하다고 권고하고, 법원이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에 대해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 행사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사안의 중대성'이라고 언급했듯 검찰총장 징계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안인 만큼 징계 심의와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검사징계법상 해임·면직·정직·감봉 등의 경우엔 법무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하도록 돼 있어 징계위 결론 및 법무장관 제청대로 '집행만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사실상 징계위 결론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는 만큼 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에 기반한 징계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함께 참석하고 있는 모습. 2020.1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일각에선 징계위에서 해임이나 면직 등 최고 수위의 징계가 의결돼 문 대통령이 그대로 집행한다 하더라도 윤 총장이 불복해 소송전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염두에 둔 언급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 주길 당부드린다"며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아울러 이번 징계위 개최를 사실상 윤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도 경계했다. 윤 총장 해임을 염두에 두고 내몰고 있다거나 제거 작전을 시작했다는 해석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를 청와대가 공개한지 1시간 30분만에 법무부는 이미 윤 총장의 요청으로 한 차례 연기(2일→4일)했던 징계위 개최일을 오는 10일로 재차 늦췄다. 윤 총장측이 연기 통지를 늦게 받은 만큼 오는 8일 이후로 징계위 심의기일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초 법무부는 법상 문제가 없다며 4일 징계위 개최를 강행하려던 기류였다.

아울러 법무부는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이 차관이 맡지 않고 외부 인사로 위촉되는 3명의 징계위원에게 맡기는 쪽으로 정리할 공산이 커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외형상 징계위 운영과 관련한 공정성은 어느 정도 확보되는 모양새지만, 실질적인 구성에 있어선 여전히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는 총 7명의 징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당연직인 장관과 차관을 빼면 나머지는 장관 지명 검사 2명, 장관 위촉 외부인사 3명으로 채워져 추 장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나올 경우, 편파적인 위원 구성에 따른 결과라는 비판을 받을 빌미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징계위 개최가 오는 10일로 연기된 만큼 다시 한 번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시간이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초 지난 2일 예정됐던 징계위를 앞두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가진 뒤 총대를 메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론을 띄운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자진사퇴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하면서 동반사퇴론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었다.

여전히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스스로 퇴진할 가능성은 낮지만, 누군가 중재에 나설 경우 정치적 해법이 찾아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어 보인다.

동반사퇴론을 제기했던 정 총리가 재차 중재에 나설 여지도 있다. 정 총리의 한 측근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정 총리가 최근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을 넘어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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