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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약 51조 예산이 투입될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한국전력공사가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직접 발전사업자가 되어 전기를 생산을 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공공성을 망각한 민간사업 침투라는 지적부터 재정 부담을 야기하는 관제 뉴딜의 전형이란 시각도 있다. 여당이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 발판이 되는 법안을 마련하자 시장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망중립성 훼손 뿐 아니라 사업 독식 등 예상되는 피해가 한 둘이 아니다. 한전이 발전사업 명분에 살을 붙이면 붙일수록 자본시장 논리는 무시되고 있는 형국. 한전은 왜 발전사업까지 독식하려는 걸까. ‘생산자’ 한전이 가져올 부작용과 개선책은 무엇일까.
# “깡통설비나 다름없는데….” 신재생에너지가 실제로 쓰이는 현장은 설비를 만드는 시장과 사뭇 다르다. 이곳에선 “설치보다 송배전망”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신재생에너지 장비가 많이 설치됐더라도 설비와 전력계통을 잇지 않으면 값비싼 깡통설비나 다름없어서다. 이미 발전 현장이나 수요지에서 관련 민원이 빗발친 지 오래다.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의 접속 지연 문제는 부지기수. 대규모 발전 사업자도 송전선로 부족으로 발전소를 준공해도 당장 가동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지 않고 보급만 확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돌연 발전 사업 직접 진출을 선언했다. 송배전과 전력 판매를 넘어 발전사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것. 한전의 바람대로 된다면 발전과 송배전 및 판매 등으로 이뤄진 전력시장 전 단계를 독점하는 ‘전력 공룡’이 탄생한다. 한전과 전력거래 중인 6개 발전자회사와 민간 발전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심판이 선수로 뛰어드는 격이어서 뒤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반응도 마찬가지다.
정부 통제에 주주 눈치… 수익 챙기는 뉴욕 상장사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민간 발전업계는 지난 7월 발의된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갑석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갑)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할 경우 ‘시장형 공기업’이 한 해에 2개 종류의 전기사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여기서 시장형 공기업은 한전이다. 법 통과 시 태양광·풍력 등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이 허용된다. 한전은 오래전부터 발전사업 진출을 염두에 둬 왔고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공기업의 신재생 발전사업 겸업 허용을 추진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전은 그동안 6개 발전자회사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발족해 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해왔다. 서남해 해상풍력 60메가와트(MW) 실증사업이나 제주 한림 해상풍력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부사장 직속의 해상풍력사업단(TF)도 발족했다. 일각에선 SPC 설립과 TF 등 일련의 과정이 개정안 통과를 염두에 두고 전담 조직을 만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법안을 지지하고 찬성하는 쪽은 한전과 몇몇 의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속도가 더뎌 누구든지 진도를 빨리 빼야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됐다”라며 “한전 측에 업계와 어느 정도 수준의 합의만 이뤄내 오면 (법안 통과가) 된다고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취약한 재무구조를 보완할 새 사업책이 필요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전은 해외에서 원료를 대부분 수입해오기 때문에 유가·환율 등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 실제 저유가가 지속되던 2015~2016년 당시 10조원 넘는 대규모 흑자를 내다 유가가 비쌌던 지난해엔 1조3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선 저유가 기조로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한전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3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2% 증가했다. 발전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3조9000억원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한전은 발전 사업 직접 진출이 한전의 수익구조 개선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고 부수적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발전사업으로 인한 혜택이 사업자·소비자·주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사업성 개선과 글로벌 동반 진출이 가능해지고 전기료가 낮아질 것이란 자체 판단이다.
한전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만으론 추진이 어려운 해상풍력 등 대규모 사업이나 한전 보유 기술 활용이 필요한 사업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며 “민간 사업자 등이 우려하는 독점 관련 문제에 대해선 입법과정에서 해소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여서? 빨라서?… “공공역할 망각하는 한전”
업계 시각은 이와 다르다. SPC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해 온 한전이 굳이 직접 발전을 해야 할 당위성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협회 관계자는 “한전이라면 빨리 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미 업체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분야에 힘이 센 한전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며 “지금도 SPC를 통해 발전사업을 하고 있고 발전 공기업도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한전의 주도적 참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술력 부족이 아닌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 문제 및 전력계통 부족 등에 있다는 설명이다. 풍력시장만 놓고 봐도 민간 발전사와 발전 공기업 등이 이미 20년간의 풍력에너지 개발 경험을 축적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SPC를 제외하곤 발전 사업을 해본 적 없는 한전의 기술력이 이들보다 나을 리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 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한전에 가장 중요한 공공역할이 송배전망 확충”이라며 “한전이 실제 해야 할 역할을 못하면서 자회사도 있는 발전사업을 직접 하겠다는 것은 공공의 역할을 망각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양 의원은 이어 “공공의 역할은 민간시장 침해가 아니라 민간자본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공공 인프라를 대응해 주고 투자 길을 이끌어주는 역할”이라며 “망을 제대로 하는 게 한전 본연의 업무이고 그것이 바로 그린뉴딜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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