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보증시장 문 열자 달려드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나
[머니S리포트] 연 3000억원대 분양보증 독점시장 운명은?-①12년 해묵은 논란 또다시 ‘진흙탕 싸움’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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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분양보증은 건설업체가 파산했을 때 준공을 대신 이행하거나 계약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일종의 보험이다. 1993년 주택사업공제조합으로 시작했다가 외환위기 때 대량의 건설업체가 도산하며 정부가 출연금을 지원, 1999년 대한주택보증으로 바뀌었고 현재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이르렀다. 분양보증시장 규모는 연간 3000억원대. HUG의 지난해 매출 대비 30% 미만이다. 현정부의 공약에 따라 분양보증시장이 곧 민간에 개방될 예정이다. 민간건설업계가 그동안 보증 개방을 요구한 것은 ‘돈’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HUG의 분양가 통제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이유다. 하지만 건설업체가 이를 맡는 것은 안 된다는 반대가 제기돼 이 문제는 다시 논란 위에 섰다. 분양가를 내리려는 HUG와 분양가를 최대한 높여야 돈을 버는 건설업체 사이엔 필연적으로 이해 충돌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분양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분양보증제도가 사실상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며 둔촌주공 같은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재건축·재개발조합은 HUG의 분양가 규제에 반발해 집단으로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건설업계도 계속해서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요구해온 이유다.
분양가 규제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명분이 실리지 않자 고분양가 심사기준 깜깜이 및 민간 주주에 대한 높은 배당 등도 논란이 됐다. 실제로 업계에선 HUG가 분양보증 승인을 빌미로 ‘갑질한다’는 반발이 확산됐고 HUG의 최대주주인 국토교통부도 시장 개방에 합의하는 데 이르렀다.
분양보증 개방, 12년 걸렸다
분양보증은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할 때 국토교통부령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HUG로부터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절차다. HUG의 분양보증시장 규모는 ▲2015년 4317억원 ▲2016년 4016억원 ▲2017년 2428억원 ▲2018년 2120억원 등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2585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고 올해는 3108억원으로 상승했다. HUG 연간 매출액의 3분의1 정도로 10대 건설업체의 평균 매출 대비 3.7% 수준이다.건설업계는 2000년대 중반부터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2008년 처음으로 ‘HUG 외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는 보험회사’가 분양보증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하지만 실제 국토부 장관이 보험회사를 지정한 사례가 없어 사실상 HUG의 독점구조가 유지됐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분양보증 독점행위를 불공정거래로 규정하고 기획재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민영화’와 함께 2010년 HUG의 독점권 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2015년까지 잠정 연기됐다. 이어 2015년엔 HUG의 공사 전환을 이유로 늦춰졌다. 2015년 공사 전환 이후 HUG는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의 전담운용기관이 됐고 보증뿐 아니라 도시재생 금융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까지 포괄하는 ‘금융+주택’ 회사로 영역을 넓혔다.
2017년 공정위와 국토부는 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하는 데 합의했고 기한은 올해다. 국토부는 지난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주택 분양보증제도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의뢰해 연말 결과를 받기로 했다.
‘밥그릇 누가 가져가나’ 힘겨루기
보증업무가 개방될 경우 건설업체가 조합원으로 있는 건설공제조합이나 민간 보험회사 등이 업계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주택건설협회도 주택사업공제조합을 만들어 업계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회사의 수익성이 낮아져 분양보증시장이 새로운 수익모델로 기대되고 있다”며 진출 의도를 설명했다.하지만 분양보증 수수료라는 직접적인 수익보단 사실상 분양가 통제 수단인 HUG의 독점시장을 깨는 게 업계에는 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보증 발급이 거절돼 사업이 지연될 때 발생하는 금융비용은 한 달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한다”며 “이는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결국 분양자의 몫이 된다”고 했다.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앞두고 벌써부터 금융업계와 건설업계 간의 힘겨루기 양상도 보인다. 현재 국토부 장관이 분양보증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로 추가 지정할 수 있는 곳은 SGI서울보증이 거론된다. 분양보증시장이 개방되면 HUG에서 거절해도 다른 보증업체에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마저도 반대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 금융상품을 다루는 SGI가 주택 사업성을 평가하는 분양보증에 전문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보면 HUG와 SGI 등 복수의 기관이 보증을 맡아 수요자 입장에서 선택의 다양화와 비용적인 혜택이 있다”며 “하지만 건설업체가 분양보증업무를 수행할 경우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은행-건설, 알고 보니 HUG 배당 수백억
HUG는 현재 국토부 지분이 68.25%이고 HUG 본점의 자기 주식 지분이 19.20%다. 이어 ▲KB국민은행 8.63% ▲기타 주주 3.92%로 민간자본 역시 소유 가능한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기타 주주에는 건설업체도 포함된다.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의원(국민의힘·경북 김천)에게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시중은행과 건설업체 주주에 지급한 주식 배당금은 8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민간자본 구성을 보면 3개 시중은행과 145개 건설업체가 HUG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015~2019년 HUG가 시중은행과 건설업체에 지급한 배당금은 각각 667억원과 193억원이다. 지분을 출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지급한 배당금은 73억원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63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는데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5.4%로 같은 기간 예대마진율(1.8%) 대비 3배 높은 수준이다.
송 의원은 “분양보증 수수료는 공기업이 국민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인데 민간에 배당을 퍼주는 것은 잘못됐다”며 “심지어 보증사업 당사자인 시중은행과 건설업체에 이중으로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HUG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민간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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