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올해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의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당분간 조선소 현장의 불협화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의 중소기업은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는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에 모두 공감하고는 있지만 조선 협력사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은 고객으로부터 주문받은 제품을 약속한 납기에 인도해야 하는 주문생산업으로 다양한 직종의 인력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배가 만들어진다. 조선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 현장은 장치설비와 자동화율이 극히 낮다. 

이 때문에 작업량이 일시적으로 몰리는 시기에는 아무리 조정해도 52시간 근무는 지키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돼 글로벌 발주가 늘어나면 수주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어 주 52시간으로는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5대 조선사와 그에 속한 협력사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일감의 기복이 심하고 2교대 근무가 원천적으로 안되는 산업이며 기후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옥외작업이 대부분인 업의 특성이 있다"며 "장단기 부하계획과 예측된 인력운용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서도 부하불균형을 사원들의 특잔업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생산활동의 변화를 적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공정과 납기를 지키지 못할뿐더러 한국조선업의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금도 문제다. 한 조선 협력사 근로자는 시간당 1만원을 조금 넘게 받고 있다. 조선업은 특정 공정 업무가 많아 잔업, 특근이 비일비재하다. 골리앗크레인 장비나 조선소 해상 시운전, 블럭 운반 등은 배 건조 작업을 지원하는 업무인 만큼 24시간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 연장근무, 주말근무를 하면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이 맞춰지는 구조다. 하지만 특근을 하지 못하게 되면 임금은 덩달아 줄게 된다. 

한 조선 협력사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수주가 크게 줄어 예년보다는 일감이 적기는 하지만 주말근무와 연장근무는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특근을 해서 가계를 꾸려 나갔는데 올해부터는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52시간을 지키기 위해 직원을 더 뽑는 것도 조선 협력사 경영상 어렵다. 조선업계는 가뜩이나 힘든 일을 기피하는 분위기 속에 근무 강도가 높아지면 현장을 떠나는 숙련 근로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3000명대였던 직원이 올해 2000명대로 낮아지는 등 인력이 점점 줄고있다"며 "인원이 다시 충원되지도 않는 상황이다. 조선 협력사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 52시간제 목적은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에 있다"며 "프로젝트 기간이 3개월이 넘는 조선업 특성을 고려해 탄력근무제의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휴식 시간을 적절히 보장하고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