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편집자주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을 우리가 사는 이 시대로 옮기면 ‘노트북은 총보다 강하다’라고도 할 수 있다. 과거 펜과 종이를 바탕으로 삼았던 서류 업무와 교육 환경은 PC와 전자문서의 보급에 따라 상당 부분 컴퓨터 속으로 옮겨갔다. 노트북과 태블릿 등 휴대 가능한 IT기기의 발전으로 10여년 전부터는 자신이 보유한 기기를 일터나 교실로 가져와 활용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트렌드도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는 이런 흐름을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환경이 자리잡으면서 언제 어디서든 일하고 배울 수 있게 해주는 휴대용 IT기기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노트북·태블릿이 우리 삶 속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이 가운데 노트북은 더 가벼운 휴대성을, 태블릿은 더 높아진 성능을 지향하며 이들 사이 경계도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
배다른 형제, 닮은 듯 다른 모습
전자기기 브랜드 에이수스(ASUS)의 관계자는 “투인원 노트북은 폼팩터 특성상 노트북과 태블릿을 사용 용도·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문서 작업을 할 때는 안정적인 타이핑이 가능한 노트북으로 쓰다가 디자인 등 시각적인 작업을 할 때는 태블릿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디태처블 태블릿은 키보드를 탈부착할 수 있어 휴대성이 높지만 투인원 노트북 역시 무게·두께를 줄여 휴대성을 강화하는 추세다. 향후 두 제품의 차이점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두 기종은 사용 용도에서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측면도 존재한다. 다만 내용물에서는 구분하기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주로 투인원 노트북엔 모바일 CPU가, 디태처블 태블릿은 스마트폰처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가 두뇌로 장착된다. 탑재되는 운영체제(OS)도 투인원 노트북은 윈도, 디태처블 태블릿은 안드로이드 또는 iOS다. 크기나 무게도 평균적으로 차이가 난다.
하지만 노트북이 휴대성을 강화하고 태블릿이 생산성을 추구하면서부터 이런 구분도 조금씩 모호해진다. 태블릿 시장을 개화시킨 애플은 최근 들어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닐 수 있다”는 구호 아래 업무·학습 생산성을 강화한 아이패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투인원 모델 보급을 가속화한 마이크로소프트(MS) 서피스 제품군의 경우 인텔 CPU에 윈도OS가 탑재되지만 제조사는 자사 제품을 태블릿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맥락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지닌 레노버(Lenovo)의 모바일 컴퓨팅 기기도 분류하는 곳에 따라 노트북과 태블릿을 오간다. 최근 국내 출시된 이 ‘씽크패드 X1 폴드’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세계 최초의 폴더블 태블릿으로, 제조사는 세계 최초의 폴더블 노트북으로 분류한다. 이 제품은 인텔 CPU와 윈도OS를 탑재했다.
레노버 관계자는 “생산성 기능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태블릿 본체만 사용하기보다는 펜·키보드를 함께 사용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인원 노트북과 디태처블 태블릿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트렌드가 보인다”며 “다만 한 기종으로 묶이기에는 디태처블 태블릿이 키보드 장착 없이 태블릿만으로 이용할 때 줄 수 있는 이동성을 투인원 노트북이 넘어서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생은 달라도 길은 하나로 통한다?
투인원 노트북과 디태처블 태블릿 두 기종 간에 접점이 넓어지면서 업계에서는 향후 이들이 한 카테고리로 묶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명명하기에 따라 분류를 오가는 모습도 보인다. 제조업체도 상당 부분 겹친다.
권상중 한국IDC 이사는 “노트북과 디태처블 태블릿 모두 사용자 관점에선 컴퓨팅 디바이스다. ▲컴퓨팅 파워 ▲휴대 이동성 ▲사용 시간 등이 향상돼 제품의 경계는 중첩되고 있다”며 “생산성 측면에서 노트북이 디태처블 태블릿보다 일반적으로 우수하지만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디태처블 태블릿이 좀 더 편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도 하나의 단일 목적으로만 기기를 사용하지 않기에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공 기능 관점에서 노트북은 울트라슬림·컨버터블 등 다양한 폼팩터가 제공되고 태블릿처럼 필기 입력과 LTE·5G 이동통신도 지원한다. 디태처블 태블릿도 PC 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제공한다”며 “휴대 이동성과 생산성이라는 제품 기본 특성이 고려된 결과 2020년 기준 노트북은 15인치 제품이 66%를 차지했다. 디태처블 태블릿은 10인치 이하 제품이 67%로 집계됐다. 화면 크기로 봤을 때 12·13인치 모델 쪽이 점차 중첩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투인원 노트북과 디태처블 태블릿은 모두 업무·학습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성능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품특성·가격대별로 수요층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확대되는 재택근무·원격수업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제조업체 HP(휴렛팩커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대중화로 업무와 여가 생활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를 하나로 아우르는 ‘원 라이프’(one life)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사무실의 역할이 ‘하이브리드 오피스’ 개념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며 “집과 사무실, 여가 생활과 업무의 중간 지점에서 두 가지 목적에 대한 요구사항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체들은 투인원 노트북과 디태처블 태블릿에 대한 수요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들어 투인원 노트북 신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 시장조사업체는 태블릿 시장이 올해 가라앉더라도 디태처블 태블릿의 경우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클램셸(조개) 타입의 노트북보다 좀 더 자유로운 사용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투인원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태블릿의 성능 강화와 함께 애플리케이션의 PC·모바일 간 경계도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며 “투인원 노트북과 디태처블 태블릿은 언젠가는 한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겠으나 당분간 경계는 유지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