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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5X5 형태의 25칸 빙고를 완성하면 ‘레어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빙고를 채우기 위해선 현금 결제로만 얻을 수 있는 빙고카드가 필요하다. 이용자는 각 칸의 숫자가 나올 확률을 알 수 없다. 하지만 23칸까지 원활하게 채워져 나가는 빙고에 ‘나 운이 좀 좋은 사람인가’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2칸을 남기고 막힌다. 이용자는 23칸에 투자한 돈이 아까워 나머지 2칸을 채울 때까지 돈을 쓰게 된다. 23칸에 들어간 돈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빙고카드 한 장의 가격은 590원이지만 결국 레어 아이템을 얻는 데는 많게는 10만원 이상이 든다. 이를 반복한 이용자는 같은 25칸을 뽑더라도 앞쪽 칸과 나머지 두 칸에 걸릴 확률이 묘하게 다르다는 심증과 배신감을 가지게 된다. 다만 게임업계는 이 빙고의 확률을 알리지 않는다. 확률정보는 현재 게임업계의 유일한 경쟁력으로 ‘영업비밀’이기 때문이다.
수년 간 진정한 소통 만을 기다려오던 이용자가 이번엔 직접 대책 촉구에 나섰다. 게임사에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트럭을 보내는 이른바 ‘트럭 시위’를 벌였다. 디스플레이에는 “유저 기만 이제 그만!” “겉으로는 단풍이야기 뜯어보니 바다이야기” 등 각양각색의 문구가 담겼다.
지난 1월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페그오)를 시작으로 한국 대표 게임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은 모두 이용자가 보낸 분노의 트럭을 맞이했다. 한때 게임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던 이들은 왜 돌아서게 됐을까.
수면 위로 오른 불신… ‘확률형 아이템’ 논란 뭐길래
게임업계와 이용자 간 갈등은 최근 넥슨의 PC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발생한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공론화됐다.
비슷한 시기 게임업계가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울산 북구)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전부개정안에 반발한 것을 계기로 업계를 향한 게임 이용자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이 법안은 뽑기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가운데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이 부회장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확률정보는 영업비밀”이라며 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확률형 아이템? 기폭제일 뿐” 트럭시위 진짜 이유는…
다만 확률형 아이템은 기폭제가 됐을 뿐 게임업계를 향한 이용자의 불신은 이전부터 계속됐다는 지적이다.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용자의 분노가 쉬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시작은 넷마블의 ‘페그오’에 대한 트럭시위였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1월 혁명’으로 불리는 이 시위는 넷마블 측이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출석 이벤트를 4일 만에 돌연 중단하면서 발생했다.
엔씨 매출, 리니지M 출시 전후로 781%↑… “유저 신뢰 기반한 생태계 조성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용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게임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확률 공개는 무의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영진 청강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게임사가 공정함을 요구하는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부분이 큰 것 같다. 여전히 비즈니즈 모델이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 탓에 확률정보를 영업비밀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온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국내 게임 산업의 현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반발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을 게임업계가 명심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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