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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 세계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 후폭풍이 국내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 탄소 배출을 강제로 제한하기 위해 각종 규제성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업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탄소 전쟁에 휘말린 업계의 고민을 살피고 기업의 대응 현황을 점검해봤다.
탄소배출 많은 국가 제품에 세금?
최근 국내 산업계의 시선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탄소국경세’로 쏠린다. 탄소국경세란 해당 제도 시행국이 자국보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발표한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유럽 그린딜’의 일환으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해 올해 7월 법안 초안을 발표한 뒤 2023년 본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EU는 ▲수입품에 탄소세를 매기는 방식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되 제품 가공 후 역수출하는 경우 일정 부분 환급해주는 방식 ▲역내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일괄적으로 과세 후 탄소 배출이 적은 기업에게 환불해주는 방식 ▲EU의 배출권 거래제(ETS)를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역시 탄소국경세 도입에 적극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선거공약 사항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 효율 개선을 강조한 오바마 정부의 정책계승을 약속하며 탄소국경세 도입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이 잇따라 도입을 선언하면서 다른 국가도 경쟁적으로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내 산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아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수출 비중은 39.9%에 달한다. 탄소국경세를 피하려면 저탄소 제품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생산라인을 교체하는 등 관련 설비에 투자해야 한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은 결국 완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유럽시장에서 국내 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그린피스가 올해 1월 발간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수출 지역인 EU·미국·중국이 2023년 모두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 기업이 지급해야 할 세금은 61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더 크게 늘어 1조87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석유화학업계 직격탄 예상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석유화학과 철강이다. 산업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 특히 이들 업종은 국내에서도 탄소 배출과 관련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 환경부는 올해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가 매년 기업의 탄소배출 총량을 정한 뒤 배출권을 할당해주고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남는 기업으로부터 구매해 쓰도록 하는 제도다. 2015년 처음으로 도입돼 1~2차 계획기간을 거친 뒤 올해부터 유상으로 구매해야 하는 배출권 비중을 기존 3%에서 10%로 확대하는 등 더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배출권 가격이 널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시장이 개장한 2015년 1월12일 톤당 8640원이었던 거래 가격은 지난해 4월3일 4만2500원까지 급등했다가 올해 3월9일 기준 1만8900원으로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 같은 거래 가격 급등락은 기업의 어려움을 키우는 요소다. 배출권 가격의 변동성이 크면 적절한 배출권 매매 시점을 찾아야 할 기업의 의사결정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세 도입도 국내 산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탄소세는 말 그대로 석유·석탄을 많이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기후대응기금 조성 방안의 일환으로 탄소세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정확한 도입 시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도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업은 이미 배출권 거래제로 탄소 배출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또 다른 세금을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항변한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거래를 통해 사실상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동일한 명목의 세금을 또 내라는 것은 이중과세나 다름없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철강업계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우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탄소세 도입은 세제의 역진성(저소득층이 탄소세 부과에 따른 파급효과를 더 많이 부담하게 되는 효과)과 증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조세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 기후대응기금의 합리적 사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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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동행미디어 시대 산업1부 재계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