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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연료 시대 우리가 먼저 연다”… 중·일 도전장
글로벌 조선·해운시장이 환경규제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유엔(UN)에서 해양규제 권한을 위임받아 해상 오염물질 저감과 선박 배출가스 기준 강화 등 규제 수위를 날로 높이고 있다. IMO는 오는 2025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약 10억톤) 대비 30% 줄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 2030년에는 40%, 2050년에는 70%까지 줄여야 한다.
해운사의 대응 방안은 친환경 연료로 작동하는 선박의 도입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차세대 연료 선박으로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 추진선 ▲바이오디젤 추진선 등에 주목한다. 이들 연료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대표 청정 연료다.
◆연료전지 기업 M&A부터 조 단위 투자까지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는 선주 및 엔진업체와 친환경 연료로 선박을 가동할 수 있는 연료공급장치 개발에 한창이다.
현대중공업은 연료전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지분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산소와 수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발전 장치로 수소연료 전환의 핵심 기술이다. 관련 투자도 늘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연내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1조원을 확보하고 수소·암모니아 등 친환경 선박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개발 과정에 파트너사를 늘리고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연료전지 제조사인 미국 블룸에너지와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싱가포르 해양항만청 및 노르웨이 화학회사 야라 인터내셔널과 암모니아 추진선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도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2만3000TEU(1TEU는 6m(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차세대 연료 선박에는 고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 암모니아는 독성 질소산화물과 부식성 암모니아 증기를 분출할 우려가 커 누설을 막을 화물창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는 영하 253도 아래로 온도를 유지하고 기존 연료 대비 약 7.6배 크기의 저장 탱크가 필요하다. 조선사는 이 같은 기술력에 초점을 맞춰 향후 3~4년 내 선박 상용화를 한다는 목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부터 차세대 시장을 준비하지 않으면 10~20년 뒤 수주 주도권을 놓칠 것”이라며 “연료를 기화하고 재액화하는 일련의 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상업적 목적의 기술화는 수년 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韓에 밀린 中·日… 차세대 연료 ‘승부수’
중국과 일본도 친환경 선박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기존 LNG선으론 한국을 넘을 수 없다고 보고 차세대 선박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한국은 81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수주하며 글로벌 선박 수주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 이어 중국(793만CGT)과 일본(137만CGT)은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중국 1위 조선소 중국선박집단(CSSC) 산하 상해선박연구설계원은 선급협회로부터 18만톤급 암모니아 추진 벌크선의 원칙승인(AIP)을 받았다. 암모니아와 메탄올 추진 유조선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지앙난조선은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선 개념승인을 받았다.
다만 중국이 친환경 연료 선박에서 한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술력으로 한국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중국은 LNG추진선의 납기 일정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후동중화조선은 2017년 세계 최초로 프랑스 선사 CMA-CGM으로부터 2만3000TEU급 초대형 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하지만 이후 기술력 부족으로 건조를 포기하면서 건조업체가 SCS조선으로 변경됐는데 여기서도 2019년 11월로 예정됐던 인도 시기를 9개월 이상 넘겼다.
일본은 친환경 연료 추진선 상용화 작업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2028년까지 선박 분야에서 온실효과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선박을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선박연료는 2050년까지 수소와 암모니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2조엔(약 21조원)이 투자된다. 일본 1위 이마바리조선과 일본 2위 JMU는 업무제휴를 통해 무탄소 선박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일본조선공업회(IHI)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발전하는 고체 산화물형 연료 전지 개발을 시작했다.
◆LNG추진선 기선제압… 韓 수주 점유율 69%
차세대 연료 선박의 상용화 시기를 두고선 업계의 시선이 엇갈린다. 현재 암모니아·수소 벙커링선이나 충전 터미널 등 인프라가 미비한 데다 연료 공급자 확보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합성 화합물인데 이를 제조할 대형 시설과 공급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암모니아는 냄새가 심해 터미널 구축에 지역 반발도 일으킬 수 있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최소 10년 뒤에나 본격적인 발주와 건조가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익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해양자원에너지팀장은 “국가별 인프라와 법·규정·제도·안전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야 하는데 모두 초기 개발 단계”라고 했다.
반면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이라 차세대 선박이 예상보다 빨리 자리잡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나 수소차도 과거엔 먼 미래의 얘기 같았지만 지금은 성큼 다가왔다”며 “차세대 연료 개발에 투자가 몰리는 만큼 전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차세대 연료 선박이 개발되기 전까진 LNG추진선에 발주가 쏠릴 것이란 점에선 공통된 시각이다. LNG는 기존의 연료보다 탄소배출량을 30% 가까이 줄일 수는 있지만 탄소배출이 아예 없지는 않다. 이 때문에 차세대 연료 개발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LNG운반선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는 국내 조선업계는 LNG추진선에서도 선두를 점찍은 모양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와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글로벌 LNG추진선 발주량은 35척(147만8374CGT)으로 그중 한국이 24척(114만3979CGT)을 수주했다. ▲컨테이너선 11척 ▲LPG운반선 7척 ▲탱커 4척 ▲LNG운반선 2척 등 수주 선종도 다양하다. 중국은 9척(27만6787CGT), 일본은 2척(5만7608CGT)을 수주했다.
수주 전망도 밝다. 증권업계는 국내 조선사의 LNG추진선 수주가 지난해 129척에서 2023년 1500척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LNG추진선의 가격도 기존 선종보다 20~30% 높은 점도 조선사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이제 막 발주되기 시작한 LNG추진선은 20~30년 동안 덩치를 키워갈 것”이라며 “조선사는 LNG추진선 수주를 활발하게 이어가는 한편 차세대 연료 선박을 지속성·안전성·경제성·친환경성 4가지 요소에 맞게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가림 기자 [email protected]
선박 '탄소중립 기술' 어디까지?… "차세대 연료 '인프라 구축·국제적 합의' 필요"
조선업계가 지구온난화 방지와 시장 확보를 위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조선사가 LNG 추진선으로 선제 대응에 나선 가운데 수소·암모니아·바이오 등 차세대 연료 추진 기술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단연 온실가스 배출 증가다. 온실가스는 대기 중의 여러 기체 가운데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을 일컫는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산화탄소다.
2015년 12월 195개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이날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각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해 실천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앞다퉈 '탄소중립' 계획을 내놓고 있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2.5%(연간 약 10억톤)를 차지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 이후 발주 선박에 대해 200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0%, 2050년에는 50%까지 감축하는 것을 결정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70%까지 감축을 논의하는 등 규제 강화를 예고해 조선·해운업계는 '탈탄소'를 이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현재 연료 생산·소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0'인 연료는 수소·암모니아·바이오디젤·바이오가스(메탄)·메탄올이 대표적이다. LNG는 미세먼지·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해 주목받았지만, 화석연료로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완전한 탈탄소화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선급이 지난 1월 발표한 '암모니아 연료추진선박 보고서'에 따르면 저장·운반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탄소중립 연료는 바이오디젤이다. 기존 화석연료와 거의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에너지 밀도도 유사하다. 이 때문에 기존 선박에서 이용하던 연료 계통장치와 연료탱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가스 역시 주로 메탄가스로 이뤄져 있어 LNG 추진선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 연료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필요로 하는 데다 식량과의 경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수소·암모니아·바이오… 가능성 높은 연료는
메탄올은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발생하는 합성가스를 이용해 생산한다. 장기적으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친환경적이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선박 연료로 사용하기엔 효율성이 떨어진다.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생산된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하기 위해서는 영하 253도에서 액화시켜야 해 운송·저장 과정에서 큰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를 다른 형태의 화합물로 변화시켜 부피당 저장 용량을 늘리고 저장 비용을 줄이는 수소 에너지 캐리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아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 한국선급에 따르면 이미 120개 항구가 암모니아 관련 제품의 수출입을 처리하고 있으며 자체 저장시설을 갖춘 항구도 있다. 이러한 인프라는 연료의 가용성을 확보하는 주요한 자원이 된다. 아울러 암모니아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해 취급 절차와 안전교육도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다.
이처럼 암모니아는 비료, 산업용 원료, 냉매 등으로 사용되며 선박의 화물로 익숙하기 때문에 위험성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위험요소가 존재할 수 있어 선박의 구조·배치 환경을 고려한 규정이 필요하다.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2년 안에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컨테이너선을 도입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가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23년까지 2000TEU(6m 컨테이너 2000개)급 운반선을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2030년까지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7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머스크는 2050년까지 모든 선박을 탄소 배출이 없는 선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공급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바이오메탄을 선택했지만, 향후 암모니아를 비롯한 다른 친환경 연료 사용도 검토할 계획이다.
국내 조선 '빅3'는 한국선급과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액화수소운반선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컨테이너선 ▲연료전지 연계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선박 등에 대한 기본인증을 마쳤다. 이들은 수소·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핵심 기자재 기술과 연료저장탱크 및 연료공급·추진 시스템 개발을 통해 오는 2024~2025년 선박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상용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에너지는 모든 국가의 정치적 문제 및 안보와 직결되므로 특정 국가·기업이 주도한다고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상용화하려면 선박 기술개발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과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개발해도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시스템과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이 없으면 헛수고"라며 "그에 대한 준비도 발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화평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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