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출신이자 트로트 가수로 활약 중인 이상호(40·KBS 개그맨 21기)와 이상민(40·KBS 개그맨 21기)이다.
학창 시절 춤추고 노래하는 걸 즐길 정도로 끼 많았던 두 사람은 연예인을 꿈꿨다. 서울로 올라온 이들은 노력 끝에 개그맨으로 데뷔했고, 쌍둥이라는 독특한 개그 소재를 활용한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개그맨으로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새로운 분야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바로 노래. 트로트 광풍이 불기 전인 지난 2017년 싱글 '쌍둥이 외로워'를 내고 야심 차게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이들은 개그와 노래를 병행하며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호와 이상민은 트로트 가수보다 코미디언으로 더 유명했고, 두 사람은 고민 끝에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전했지만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에 독기를 품은 두 사람은 KBS 2TV '트롯전국체전'을 통해 다시 한번 트로트 오디션의 문을 두드렸고, 최종 6위를 차지하며 트로트 가수로서 본격적인 2막을 열었다.
그 사이 아쉬운 일도 있었다. 15년 동안 고향처럼 여겨온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것. 이상호는 '고향이 없어지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많은 위기설 속에서도 지키고 싶었던 것이기에 두 사람의 상실감은 컸다. 이상호와 이상민은 언젠가 개그 프로그램이 다시 부활하면 후배들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해 개그와 코미디언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트롯전국체전'에서 활약한 이들은 당분간 트로트 가수 활동에 매진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길을 뚝심 있게 개척하고 있는 이상호와 이상민을 만났다.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이지만 개그맨들의 우정은 여전해 보인다. '트롯전국체전'에 출연했을 때도 동료들이 응원을 해주던데.
▶(이상민) 나래, 지민이, 재관이 형, 승윤이 형, 원효까지 개그맨 동료들이 SNS에 우리 소식을 올려주고, 자기 일처럼 응원도 해주는데 너무 고맙더라. 정말 끈끈하다.
▶(이상호) 좁은 사무실에 개그맨들 다 모아놓고 회의하고, 밥 사주고 이걸 10년 이상 지속하면 유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힘들어도 응원하고 챙겨주는 선후배들이 있어 행복하다. 개그맨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게 너무 좋다.
-여러 개그 동료들과 함께한 '개그콘서트'가 폐지됐을 땐 아쉬움이 컸겠다.
▶(이상호) 우리가 트로트 가수와 '개그콘서트'를 병행해왔다. 가수로 활동하다가도 언제든 '개그콘서트' 무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 곳이 없어지니, 고향이 사라지는 기분이라 슬펐다.
▶(이상민) '개그콘서트'는 마지막 녹화까지 참여했는데… 정말 집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수년 전부터 '개콘'의 위기설이 대두돼 왔다. 대중과 멀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이상호) 개그맨들은 '개콘' 폐지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요일과 시간대가 바뀌면서 그런 조짐이 있었으니까. 살려보자고 개그맨들끼리 노력은 했는데 포맷도 변하지 않고, 공영방송 프로그램으로 지켜야 할 선이 있었으니까 쉽지 않았다. 요즘엔 대중이 유튜브의 '독한 콘텐츠'가 주는 재미에 익숙해지지 않았나.
▶(이상민) 마음이 아픈 게 노력을 했는데도 안 웃겨서 없어진 코너도 많다.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어졌다.
▶(이상호) 개그맨들이 더 노력했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아이디어를 돌려막기 식으로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이상민) '꺾기도', '씁쓸한 인생', '그땐 그랬지' 등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땐 그랬지'다. 애니메이션도 제작해야 하고 손이 많이 갔지만 힘든 만큼 하고 나면 뿌듯했다.
▶(이상호) 나는 '뽕브라더스'다. 코너가 없어진 뒤에도 3년 동안 그걸로 행사를 다녔다. 노래도 되고, 사회도 되고, 개그도 하니까.(웃음) 그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본인들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타입인가, 노력하는 코미디언인가.
▶(이상호) 타고난 편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
▶(이상민) 개그맨 시험을 볼 때도 쌍둥이니까 우리 중 한 명만 붙여주려고 했다. 초반에도 개그 소재가 한정돼 있으니 길어야 2년 정도 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데 15년을 했다. 아이디어에 노력이 뒷받침된 덕 아닐까 한다. 준호 형과 대희 형도 아이디어가 좋다고 인정해줬다.
-개그 무대가 그립진 않나.
▶(이상민) 그립다. 얼마 전엔 KBS에서 타 프로그램을 녹화하러 갔는데 '개콘' 냄새가 나서 너무 좋더라.
▶(이상호) 개그도 너무 하고 싶지만 일단 트로트 가수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으니 입지를 다지고 여기서 먼저 인정받고 싶다.
-개그 프로그램이 다시 부활할까.
▶(이상호) '개콘'이 아닌 다른 포맷의 개그 프로그램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상민) 그것도 당장은 어렵지 않을까. 대중의 눈높이가 유튜브에 맞춰져서 충족시키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이상호) 개인적으로 꿈이 있다면,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이 생겨 후배들이 정착하면 트로트 가수로 특별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