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한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을 KCGI에 매각했다. 조 전 부사장이 갑작스런 지분 매각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조현아 부사장이 웃돈을 받고 KCGI에 지분을 매각한 만큼 3자연합(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에 금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8일 KCGI에 한진칼 주식 5만5000주를 매각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지분 매도로 약 33억7000만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KCGI의 한진칼 보유 주식수는 1156만5190주에서 1162만190주로 늘어났다.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7.54%로 소폭 확대됐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5.71%로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지분 매각을 두고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풀이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물려받은 조 전 부사장이 내야할 상속세는 약 600억원. 조 전 부사장은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하고 매년 내야할 돈은 100억원 이상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이후 8년째 무직이다. 사실상 매달 생활비와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렇다 할 소득이 없다. 게다가 한진칼이 올해 무배당을 결정하면서 자금 압박은 더 심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을 KCGI가 매입하면서 3자연합의 전체 지분(40.41%)에는 변동이 없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산업은행의 지분참여로 사실상 조 회장 측으로 승기가 기울었다. 그동안 경영권 확보하려던 3자연합의 구심점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며 "그동안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능력 문제를 일삼았지만 올해 공개된 실적에서는 전세계 항공사와 비교해도 대한항공이 가장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주식을 웃돈을 받고 KCGI에 매각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을 평단가 6만1300원에 장외거래로 매각했다. 이는 지난 8일 기준 한진칼의 종가는 5만8600원으로 조 전 부사장의 매각가는 5.5% 높은 수준이다. 보통 블록딜(주식 대량 매매)은 매각자와 매수자 간 협의로 이뤄지며 당일 종가와 비교해 일정 할인율을 합의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자금 형편이 안좋아지자 KCGI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해석했다. 물론 조 전 부사장과 KCGI 간 협의가 이뤄졌기에 장외 블록딜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경영권 분쟁으로 끌어올린 주가인 만큼 3자 연합 중 누구라도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가 폭락의 가능성이 크다. 당장 주가가 폭락할 경우 누구보다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사모펀드인 KCGI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KCGI가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사실상 떠 안아준 모습"이라며 "KCGI가 엑시트를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