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2019년 3월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뉴스1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2년째 표류 중이다. 2019년 회사 물적 분할로 탄생한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아래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제할 작업을 마쳤지만 기업결합심사가 복병으로 남아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2019년 1월3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계열 조선사를 총괄하는 조선통합법인을 출범시키고 통합법인에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체(55.7%)를 현물출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해 3월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5월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물적 분할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주식 771만4630주의 72.2%(5107만4006주)가 참석했으며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은 참석 주식 수의 99.9%(5101만3145주)가 찬성했다. 회사 분할은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다.

이날 분할 승인으로 탄생한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아래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제할 사전작업을 마쳤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사업 회사인 현대중공업과 기존의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3개 조선사가 놓이는 구조로 바뀌었다.

당시 물적 분할 승인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국내 최대 변수로 꼽혔다. 노조 반발이 거센 탓이었다. 노조는 기업결합을 '노동자 생존권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중복된 사업영역이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일본·유럽연합 기업결합심사 '주목'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인 회사 분할에는 성공했으나 아직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기업결합심사는 국가별로 매출액·자산·점유율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승인한다. 선박 수주 매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6개 경쟁 당국으로부터 모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요국 심사 과정에서 단 하나의 국가라도 독과점 문제를 제기해 반대하면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현재까지 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 등 3개 국가의 승인을 받아냈고 한국·일본·유럽연합(EU) 3개국 심사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특히 EU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기업결합심사를 세 차례나 유예했다. 최종 결정일도 지난해 1월10일에서 2월21일, 6월2일로 미뤄졌고 결과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EU는 이번 기업결합 시 시장점유율이 20% 이상 증가하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올해 1월12일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EU의 기업결합 승인이 많이 늦어지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3월 말까지 승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은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밝히기 어렵지만 도크 폐쇄와 인력감축 등 합병 선제조건으로 생산능력을 줄이는 방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기업결합 심사가 다소 늦어지고는 있지만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EU 등에서 받아야 하는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면서 산업은행과 체결한 현물출자·투자계약 기한을 기존 2020년 9월30일에서 오는 6월30일로 연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신주인수권을 취득하는 기한도 올해 12월31일까지 연장했다.

'매각 반대' 거제시민 10만명 서명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회사 매각에 반대하며 지난 17일부터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과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심사를 최종 판단하는 기관이다. 공정위는 당초 지난해 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 한국 조선사 생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적 프로젝트인 점을 고려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단체 회원들은 지난 1월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특혜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뉴스1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부터 벌인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서명에 약 3주 만에 10만명 이상의 거제시민이 동참했다. 노조는 세종시 공정위에서 집회를 열고 서명부를 공정위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거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집회와 서명부 전달은 보류됐다.

앞서 변광용 거제시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며 매각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변 시장은 1월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제시는 산업은행과 청와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매각절차 중단과 재검토를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며 "대우조선해양이 매각된다면 기존 일감뿐 아니라 신규 일감마저 현대중공업에 집중되고 인력감축 등의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에 성공하면 전 세계 시장점유율 21%에 이르는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운항 중인 870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중 167척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했다.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건조한 셈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 23척 중 9척(39.1%)을 수주했고 LPG운반선도 전체 23척 중 15척(65.3%)을 확보했다. 아울러 두 회사 모두 LNG운반선·추진선 등에서 기술력을 확보해 이를 결합하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