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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1세기 들어 우리 일상을 크게 바꿔놓은 IT제품을 하나 꼽자면 바로 스마트폰일 것이다. 혁신이 무엇인지 알려주며 어느덧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했다. 스마트폰과 짝을 이루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발전 속도도 눈부셨다. 2G→3G→4G로 이동통신 세대가 올라갈수록 단말기와 요금은 점점 비싸졌지만 그만큼 누리는 것도 많아졌다. 5G는 2018년까지만 해도 그저 꿈같은 단어였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로 다양한 융합산업과 실감콘텐츠가 꽃피울 것으로 들떠있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루면서 우리가 그 약속의 땅에 먼저 깃발을 꽂았다고 여겼다. 하지만 2021년의 우리는 여전히 LTE를 오락가락하는 5G 스마트폰을 쓰면서 더 비싼 5G 요금을 내고 있다. 20배 빠른 5G는 없었고 LTE 알뜰폰이 인기를 끈다. 5G 상용화 2주년을 맞아 ‘5G 선진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룬 지 2년이 흐른 현재 5G에 대한 인식은 그때와 크게 달라졌다. 언젠가부터 소비자는 5G를 골칫거리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유는 단순하다. 안 터지기 때문이다.
영광 속 짙은 그림자
2015년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부문(ITU-R) 이동통신표준화회의(WP5D)에서 세계 각국이 합의한 5G의 정식 명칭은 ‘IMT-2020’이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상용화를 준비해온 한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본격적으로 세계 최초를 향해 달렸다. 2017년 말 로드맵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선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같은 해 4월에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신규 설비 공동구축 및 기존 설비 공동 활용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사 CEO(최고경영자)의 간담회 등 30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이해관계가 다른 기업을 조정·독려한 결과다. 이미 이통사는 가계통신비 절감 공약에 따라 정부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정부 목표(2019년 3월)에 맞춰 5G 통신환경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버라이즌이 LTE 스마트폰 ‘모토Z3’에 5G 통신 모듈을 장착해 제공한 반면 이통3사는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로 개통을 진행했다. 버라이즌이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두 지역에서만 5G 서비스를 시작한 데 반해 이통3사는 당시에도 각각 5G 기지국 1만~3만여개를 구축한 상태였다. 이통3사의 일반 가입자 대상 개통은 예정대로 5일부터 이뤄졌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세계 최초 타이틀 획득을 위해 무리한 일정을 추진한 ‘촌극’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하는 상황에서 유영민 당시 과기정통부 장관(현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정부 측에서 5G 상용화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실적을 올리고자 5G 이용자 편익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정부도 5G 논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준비가 안 됐는데 터질 리가
더 비싼 스마트폰과 요금제를 써야 함에도 국내 5G 서비스 가입자는 상용화 69일 만인 2019년 6월10일 100만명을 돌파했다. 5G 시장 선점을 위해 이통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대란 등을 일으키며 마케팅 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5G 서비스 준비가 덜 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이용자는 ‘LTE로 쓰는 5G폰’을 들고 다녔다.이후 5G 서비스 품질은 국정감사 도마 위에도 단골로 올랐다. 2019년 국감에는 서비스 첫해라는 점을 감안해 기지국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가입자 800만명을 돌파한 2020년 국감에선 뭇매를 맞았다.
과거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홍보했던 게 역풍이 불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파수 추가 확보 시 1.9Gbps(초당 기가비트·데이터 전송 속도 단위)까지 가능하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LTE(최대 1Gbps)의 20배 속도는 5G 28㎓(기가헤르츠) 등 고주파 대역 기준이지만 커버리지(이용가능지역)와 기술적인 문제로 B2C 분야 적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당초 5G 기지국이 LTE 수준으로 구축되려면 3~4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진성이 강한 5G 전파 특성상 LTE보다 기지국이 3~4배 필요할 수 있는데 그대로 상용화됐다”며 “2년이 흐른 현재에도 6개 대도시를 제외하곤 5G 커버리지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대도시도 건물 내는 여전히 안 터지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속도는 조금 나아졌다. 이통3사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90.47Mbps로 반년 전 조사 때보다 5.2% 빨라졌다. 현재 5G 서비스에 쓰이는 3.5㎓ 대역 기준으로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153.10Mbps)보다 4배가량 빠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도 연 2회 평가를 실시하면서 대상을 전국 모든 행정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주요 주거지역과 대학교 주요 건물 실내 등 이용자 일상과 밀접한 시설에서도 5G 서비스 품질을 측정한다.
5G는 안 터지고 불만만 터졌다
최근 5G 피해자모임(네이버 카페)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5G 통신품질 불량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5G 기지국 구축이 당초 광고·홍보와 달리 적기에 이뤄지지 않아 ▲5G 가용지역 협소 ▲5G와 4G LTE 전파를 넘나들며 통신 불통 또는 오류 발생 ▲4G LTE 대비 과한 요금 등 5G 서비스 관련 피해에 대한 보상을 이통3사 대상으로 청구할 계획이다. 100만명 이상 모집을 목표로 공동소송인 모집 절차에 들어갔다.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피해자모임과 화난사람들을 통해 현재 1000명이 넘게 참여 의사를 밝혔고 신청자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통3사가 불완전한 5G 서비스를 제공한 게 민법상 채무 불이행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LTE 대비 추가 지불한 요금을 재산상 손해로 청구할 계획”이라며 “1인당 월 5~7만원으로 2년 약정 기준 100만~15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5G 기지국이 어느 정도 구축되기 전까지 미국 버라이즌 사례처럼 프로모션 형식으로 요금을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며 “5G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지·설명도 부족하다. 가입자에게 5G 커버리지 동의서를 받고 있으나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초기엔 이마저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3사가 5G 상용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세운 5G 기지국은 14만1939개”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친 와중에도 4G LTE 시절 같은 기간 세운 11만9007개보다 2만개 이상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기지국에 안테나 장비 하나씩 들어가는 LTE와 달리 5G 기지국에는 안테나 2~3개가 들어가 훨씬 많은 장비·인력이 투입된다”며 “기지국 수만을 놓고 이전보다 구축 속도가 느리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이동통신 서비스는 공공성이 강하고 이제 생활필수품으로도 자리잡았다.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면 점검과 같은 유도 정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전기나 가스가 안 들어오는데 유도만 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 이통3사 대상으로 적극 협의하든 행정조치를 취하든 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딱히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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