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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나는 인생 대부분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로 소일해왔다. 운이 좋게 넓은 세상에 가서 공부할 기회를 포착했고, 그 일이 천직인 줄 알고 만사를 제쳐두고 몰두해왔다. 세월이 지나 그런 삶의 궤적을 다시 돌아보니, 나는 이 가르치는 삶을 소명이 아니라 생계수단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아둔한 나에게 그런 깨달음을 준 것은 나의 영민함이 아니라 내 환경의 급격한 변화였다. 기관에서 가르치던 일을 그만두고, '서브라임'이란 청년들을 위한 학교를 작년에 새로 만들어 시작하면서, 서서히 알게 된 내 자신이다.
배움이란 각자에게 어울리는 감동적인 삶을 찾아 매일 조금씩 변화하는 수련 과정이다. 스승이란 다른 사람들이 적어놓은 신기한 내용이나 언어를 암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 매일 매일 언행이 달라지는 사람이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변화하라고 요구하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변모하여 제자들에게 그런 변화의 삶을 살아 보라고 친절하게 보여주는 사람이다. 변모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손과 발의 움직임이 친절하고 민첩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
변화는 우주의 특성이며 운행원칙이다. 우주는 그 안에 거주하는 생물과 무생물을 매 순간 조금씩 변화시킨다. 장소는 시간을 통해 변화가 일어나는 가시적인 공간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불변하는 하나를 생각해 냈고, 그것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어떤 물질'이라고 가정하여 '원자'라고 불렀다. 우주는 무한한 원자와 원자들 사이의 빈 공간으로 구성돼있다고 주장했다. 철학자 에피쿠로스와 현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근간이 된 유물론의 기반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원자 안에서 더 이상 나눌 수 있는 저 작은 미립자들을 발견했다. 세상에 불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에베소스의 철학자 헤라클리투스는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만물은 변화한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문장 '판타 레이'를 남겼다. '판타'는 만물이란 뜻을 지닌 '모든 것'이란 의미이고 '레이'는 수증기가 흘러나오는 모습을 묘사한 '흘러나온다'라는 의미의 동사다.
우주 안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동물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거부한다. 시간을 거부하여 젊은 시절 자신, 혹은 타인이 부러워하는 자신이 되기 위해 몸을 부조화롭게 변형시킨다. 인류에게 남겨진 가장 오래된 신화는 불로초를 찾는 영생추구 이야기다. 사람이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시간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살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식물은 천체의 거대한 움직임,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온몸으로 반응한다. 아름다움이란 그 변화에 자연스럽게 순응하려는 조화다.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체는 쇠약해지지만 시간이 가져다준 경험을 통해 어제보다 지혜롭게 되겠다는 결의에서 서서히 만들어진다. 그리고 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와 인내, 그리고 그런 변화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제거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 자신이 그 변화의 과정에 있는지를 가만히 살피는 자기-점검이 필수적이다.
지난주 목요일(3월 24일) 아침에 부천에서 한 태권도장의 사범이 사진들과 문자를 보내왔다. 그것들은 '문성'이란 이름을 지닌 중국 국적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 관한 내용이었다. 문성이는 태권도장엔 2년 동안 다녔지만 일상생활엔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그는 하루에 8-10시간 정도 핸드폰 안에 존재하는 게임과 유튜브란 새로 등장한 신의 노예였다. 그가 하는 일이란 움직이지 않고 게임과 유튜브를 즐기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폭식하고, 가족에게 짜증 내는 것이었다.
그 사범은 문성이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3개월 동안 핸드폰을 꺼놓으라고 명령했다. 문성 자신도 그런 변화를 원했든지 3개월간 핸드폰을 잠가 놓는 자기절제의 삶을 살았다. 사범은 수시로 전화하여 휴대폰 커짐 상태를 점검했다. 문성이는 1년 전 태권도장의 독서클럽에 참가했지만, 가만히 앉아 책을 정독할 수 없었다. 한국어가 서툰 문성에겐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범은 다시 그의 독서습관과 한국어 습득을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오전에 30분, 저녁에 30분, 책을 낭독하고 그것을 녹음해서 그녀에게 보내야 했다. 그는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녹음파일을 보냈다. 90일 수련은 문성이의 삶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는 독서를 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책을 읽으며 한국어 실력이 놀랍게 좋아졌다.
문성에겐 아킬레스건이 여전히 하나 있었다. 과체중이었다. 사범은 문성이의 살 빼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그녀는 2월 말에 문성 군에서 체중을 조절하면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문성이는 2021년 3월을 자기 변화의 결정적인 시기로 삼았다. 그가 3월1일 체중계 올라가니, 59.3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그는 스스로 한 달 안에 정확히 56.3㎏이 될 것이고 다짐했다. 그는 이 변화를 위해 매일 자기 점검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에게 3월은 3㎏ 체중 감량을 위한 변화의 시기다. 그는 이 목표를 위해 자기 삶의 군더더기들을 전부 제거하고 다음 네 가지에 집중했다. 기상 시간, 체중 기록, 취침 시간, 독서 시간.
사범이 나에게 보내온 사진은 문성이 체중 변화의 사진들과 매일 자기 점검일지였다. 그의 자기 점점은 다음과 같다.
3월 1일: AM 8시30분, 몸무게 59.9, PM 11시, 독서 1시간 30분
3월 2일: AM 7시, 몸무게 58.9, PM 12시 독서 2시간
……
3월 22일: AM 8시5분, 몸무게 56.4, PM 11시, 독서 1시간
3월 23일: AM 7시, 몸무게 56.2, PM11시, 독서 1시간
문성이는 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삶의 문법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었다. 우선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정하는 일이다. 기상 시간을 정하는 것은 그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아는 것이다. 그것은 100m 단거리 선수가 출발 선상에서 숨으로 고르는 준비다. 취침 시간을 정하는 것은 그날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고 그 내일을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다.
몸무게 적기는 자신이 3월에 달성해야 할 임무를 상기하고 3㎏ 감량을 위해 식탐을 물리치고 태권 수련에 전념하겠다는 의지이며 인내다. 문성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 변화의 과정을 적었다. 변화는 자기 점검에서 출발한다. 그는 갑자기 감량한 것이 아니다. 몸무게 적기와 함께 독서 시간 적기는 신의 한 수다. 그가 아무리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신체훈련을 해도 식탐을 조장하는 마음을 절제하지 않으면 낭패다. 그는 매일 독서를 통해 자신의 마음까지 수련한 것이다.
문성이는 3월 23일, 체중계 위로 올라갔다. 그의 몸무게가 56.2㎏이 되었다. 드디어 그가 사범과 약속한 3㎏ 감량에 성공한 것이다. 사범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나에게 문성이 몸무게 사진과 자기 점검일지를 보내주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6시~7시 사이에 일어나 양서 30분 녹음과 독서로 하루를 시작한다.
변화는 현재의 자신을 개선하겠다고 하는 의지와 그것을 유지하려는 인내가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변화는 그런 변화 중에 있는 자신을 매일 돌아보는 자기 점검이며 격려다. 한자 '변화'(變化)는 그런 뜻을 품고 있다. 갈 길을 찾지 못해 흐트러진 자신(?)을 몽둥이(?)로 고치려는 결심이다. 그(녀)는 현재의 자신(人)을 살해하여 죽은 사람(匕)으로 만들고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으로 변모 중인 자다. 나는 '변화'하는가 아니면 과거의 나로 '안주'하는가? 문성이처럼 자기 점검 일과표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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