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점으로 백신 시장 ‘독점화’ 풀릴까, 다국적제약사, 기술력에도 고배… 바이오기업 성공한 이유는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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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화이자가 주도해온 세계 백신시장이 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했다. 글로벌 매출 50위권에도 머물지 못한 바이오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두각을 보이면서 다국적제약사와 협업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거래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세계 백신시장의 틀을 바꾸는 대형 사건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백신시장은 다국적제약사가 독점해왔다. GSK·사노피-파스퇴르·머크·화이자 등 4곳의 시장 점유율은 약 85%. 자금과 기술력으로 시장을 장악해온 이들이 정작 코로나 백신 개발에선 고배를 마셨다. 프랑스 생명공학연구소 파스퇴르연구소와 머크는 앞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착수했지만 지난 1월 임상1상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오자 개발을 중단했다.
크리스토프 당페르 파스퇴르연구소 실장은 “개발을 계속하더라도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허가 기준인 예방 효과 50%보다 낮을 것”이라며 “너무 실망스럽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머크도 “백신 개발을 포기하고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두 곳 모두 면역학 전문 연구진이 포진돼있는 만큼 ‘백신 명가’ 명성에 적잖은 흠집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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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바이오기업 2644% ↑ vs 다국적제약사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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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K·화이자도 체면을 구긴 것은 마찬가지다. GSK는 사노피와 코로나 백신을 공동 개발하고 있지만 바이오기업보다 속도가 느리다. GSK·사노피는 지난 3일 약물의 적정 용량을 찾기 위한 임상2상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백신은 빠르면 올 4분기에나 개발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GSK는 이번 연구에서 백신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한 면역증강제 ‘아쥬반트’를 공급한다. 사실상 보조 역할에 그치는 셈이다.
화이자는 자체 개발보단 유망한 백신 약물을 보유한 바이오기업과 공동개발하고 위탁생산하는 쪽에 비중을 뒀다. 화이자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 3년 된 바이오엔텍에 백신 공동개발 제안을 했다. 이들이 지난 2월까지 미국 정부와 공급 계약한 백신은 총 3억도즈. 외신 보도에 따른 전 세계 백신 평균 구입 단가는 도즈당 약 17달러(약 1만9000원)로 단순 계산하면 미국에서만 51억달러(약 5조8266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창립 10년간 한번도 약을 시판한 적 없던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도 박스터·캐털란트 등과 함께 전 세계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큐어백의 경우 GSK·노바티스의 지원으로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유럽의약품청(EMA)의 사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백신 시장에 공석이 생기자 스포트라이트는 바이오기업에 쏠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국적제약사가 코로나 백신 개발에서 뒤처진 이유에 대해 “이미 검증된 기술을 선호해 혁신에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만수르 아미지 미국 노스이스턴대학 약학교수는 “다국적제약사들은 홍역·에볼라 백신 등을 기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들려고 시도했다. 그동안엔 이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기승을 부릴 거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던 데다 개발 도중 상업성이 없어지면 연구를 접어야 하는 위험을 무릅쓰기 어려워 기존 기술에 안주했다는 것이다. 다국적제약사는 바이오기업보다 규모가 커 의사결정 체계가 느리고 실행이 더디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백신 시장에서 대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주가지수 추이에서 두드러진다. 2021년 1월8일 노바백스의 주가는 121.86달러(약 13만8201원)로 1년 전인 2020년 1월3일(4.44달러·약 5035원)보다 26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모더나·바이오엔텍도 각각 497%, 151% 늘었다. 반면 GSK·머크·사노피의 주가는 5~17% 떨어졌다.
업계는 코로나19 종식 후 백신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짧은 업력과 작은 규모로 시장에서 웅크리던 회사가 갑자기 업계의 터줏대감인 다국적제약사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다국적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게 뼈아플 것”이라며 “최근 시장 변화를 살펴보면 ‘국내 기업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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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5곳 임상… 빠르면 하반기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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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국내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등 기업 5곳이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넥신은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 ‘GX-19N’ 임상2·3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미 인도네시아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5개 병원에서 1000명 규모 임상2·3상을 시작으로 몇몇 나라에서 총 3만명 규모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넥신은 임상2상과 3상을 한 번에 진행해 안전성과 면역원성 및 방어 효능까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임상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백신 개발 현황./사진=김은옥 머니S 기자 셀리드는 항암백신플랫폼 셀리백스에서 사용한 아데노바이러스 Ad5/35 벡터 기반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암 치료용 백신으로 사용된 전력이 있으며 기존에 40여명 암 환자에 150차례 투여된 바 있어 기술력과 안전성 검증을 어느 정도 마쳤다고 밝혔다. 올 6월 2b상을 완료하고 8월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후보물질 ‘NBP2001’은 임상1상, ‘GB510’은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중 임상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목표로 한다. 이상목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개발실장은 “올 3분기쯤 두 프로젝트의 중간결과를 확인하고 최종 후보를 선정해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