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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12살 소년인 오스카가 과테말라의 집을 떠날 때 그의 어머니는 "울지말라"고 달랬다. 아직 어린 소년에 불과한 그는 어머니 곁을 떠나는 것이 슬프고 두려워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청소부 일을 잃은 미혼모 어머니는 아들을 굶겨죽이지 않기 위해 보내야만 했다. 15년 전부터 로스앤젤레스(LA)에 살고 있는 삼촌을 만나기 위한 소년의 한달간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 먹을 것 없어 국경 넘는 중남미 어린이들 : 31일 AF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와 맞닿은 미국의 국경 지대 리오그란데 계곡에 도착한 후 오스카의 첫마디는 "벤고 솔로"(Vengo solo)였다. 스페인어로 '나 혼자 왔다'의 의미다. 그리고 그는 "먹을 것이 없어서 미국에 왔다"고 말했다.
과테말라에서 미 국경선까지는 새처럼 직선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2422킬로미터(㎞)에 달한다. 멕시코에서 텍사스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야 한다. 소년은 불법 이민 브로커들이 몰래 모는 작은 고무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넜다.
여정에서 가장 끔찍했던 부분은 과테말라-멕시코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불법 이민자들로 가득찬 트레일러 안에 12시간 동안 갇혀있었던 때다. 당시 날씨까지 더워 사람들은 기절하기 시작했는데, 오스카는 누군가 물을 줘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멀고 먼 여정에서 힘이 된 친구도 있었다. 나중에는 서로 헤어지게 됐지만 그 친구는 오스카에게 위기마다 용기를 불어넣었다. 오스카는 "그가 포기하지 말라고 했고 신의 가호로 반드시 성공해서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트럼프와 다른 바이든…"혼자 온 미성년자는 돌려보내지 않아" : AFP에 따르면 지난 27일 밤에만도 70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들이 리오그란데를 건너 미국 텍사스 주 도시인 로마로 갔다. 거의 과테말라나 온두라스 출신이었지만 두 사람은 루마니아 출신이었다. 이 가운데 20명 이상은 어른을 동반하지 않은 어린이나 청소년이었다. 그중엔 7살 어린 꼬마도 있었다고 AFP는 전했다.
이들은 미국 땅에 도착하면 가시덤불 사이로 난 모래길을 따라 1㎞ 이상 걸어가 대기하고 있던 미국 국경순찰대 요원들에게 자수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월경이 늘어나는 이유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공포한 이민 친화적 정책때문이다. 가족 동반 입국자는 본국으로 돌려보내지만 혼자 온 미성년자는 수용시설에 머물도록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는 미성년 밀입국자라도 가차없이 국경밖으로 추방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이 정책을 뒤집고 이민법개혁에 나섰다. 이 때문에 남미 국가에서는 미성년자들이 혼자 가면 쉽게 미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났다.
게다가 중남미의 허리케인 피해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의 나라에서 정정불안으로 폭력이 증가하는 것도 미성년자 밀입국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월에만 거의 10만 명의 이주민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둔화가 이들의 규모를 2019년 중반으로 회복시킨 것이다.
이중 미성년자는 9400명 이상으로, 지난 1월에 비해 28% 증가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3월에는 약 1만4000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혼자서 미국땅을 밟았다. 이와 비례해 미국인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 밀입국 수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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