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왼쪽)와 리디아 고. © AFP=뉴스1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2010년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멋진 승부를 펼친 박인비(33·KB금융그룹)와 리디아 고(24?뉴질랜드·한국명 고보경)의 자존심 대결이 2020년대에도 계속된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는 2010년대 여자 골프 왕좌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박인비는 2010년대에 메이저대회 6승을 비롯해 총 18승을 올리며 '골프 여제'로 올라섰다. 리디아 고는 같은 기간 메이저대회 2승을 비롯해 15승을 수확하며 박인비의 라이벌로 자리했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의 활약은 2010년대 초중반에 집중됐다. 2017년부터는 새로운 강자들이 정상에 서는 경우가 늘어났고 두 선수의 시대도 저무는 듯했다.

그러나 박인비와 리디아 고는 여전히 여자 골프계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올해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두 선수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세가 좋다. 두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서 자존심을 걸고 다시 한번 맞대결을 펼칠 것인지, 골프 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인비가 2021년 LPGA 투어 KIA 클래식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박인비, 살아있는 전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LPGA투어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LPGA투어에서 다시 우승하기까지는 4년의 시간이 걸렸다. 나름의 신고식을 치른 박인비는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 LPGA 말레이시아 등에서 우승하면서 비로소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2013년은 박인비가 세계 최정상의 선수로의 이미지를 굳힌 한해다. 그해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으로 예열한 박인비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섰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박인비는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시즌 첫 3개의 메이저대회를 잇달아 제패했다. LPGA투어에서 한 시즌 3개의 메이저대회를 우승한 경우는 박인비를 포함해 단 4명에 불과했고,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은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무려 6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박인비는 2013년에만 총 6승을 올리며 여자골프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세계랭킹 1위를 비롯해 상금왕 2연패, 올해의 선수상 등은 당연한 결과였다.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2016년 6월에는 만 27세의 나이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한국 선수로 박세리에 이어 2번째고 역대 최연소 헌액자(만 27세)이다.

2020년 초 LPGA투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0년대 최고의 골퍼에 대한 팬 투표를 진행했다. 박인비는 이 투표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여자 골프의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은 "1위도 2위도 모두 박인비다. 지난 10년간 놀라운 실력으로 골프계를 압도했다. 메이저대회에서의 활약이 인상적이었고 박인비는 큰 무대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21년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 © AFP=뉴스1

◇ '천재 소녀' 리디아 고

리디아 고는 10대 아마추어 시절부터 독보적인 실력을 뽐냈다. 2012년 8월 LPGA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만 15세4개월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 LPGA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또한 2013년 2월에는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 정상을 밟으며 유럽여자골프 최연소 우승 기록(만 15세8개월)도 갈아 치웠다.

아마추어였던 리디아 고의 질주는 계속됐다. 2013년 8월 캐나다 오픈에서 우승,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LPGA투어 역사에서 아마추어가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것은 리디아 고가 최초다.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 속에 리디아 고는 프로로 전향, 2014년 LPGA투어에 정식 데뷔했다. 그는 루키 시즌 3승을 휩쓸었고 당당히 신인왕에 등극했다. 리디아 고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리디아 고는 2015년 개인 첫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비롯해 5승을 수확했다. 2015년 2월에는 박인비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도 등극한다. 당시 리디아 고의 나이는 17세9개월8일로 이 역시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리디아 고는 2016년에도 4승을 추가하며 여자 골프에서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2015년 10월부터 2017년 여름까지 85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지켰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부진에 빠진다. 그 부진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2021년에서야 서서히 경기력이 돌아왔다. 그랬던 리디아 고가 지난 18일 막을 내린 롯데 챔피언십에서 4년 만에 우승, 화려하게 부활했다.

리우하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박인비(오른쪽)와 은메달을 획득한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 .2016.8.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2016 리우서 박인비 금·리디아 고 은…도쿄에서는?

여자 골프가 116년 만에 정식정목으로 채택됐던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두 선수의 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이미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업적을 달성했고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한 박인비와 당시 최고의 실력을 뽐내던 리디아 고의 승부에 골프계가 주목했다.

결과는 박인비의 금메달로 마무리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 등으로 경기력이 떨어져 우려가 적잖았으나 박인비는 1라운드부터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고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도 초반부터 버디 행진을 펼치며 리디아 고 등 2위권 선수들과 격차를 벌렸다.

결국 박인비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차지했고, 여자 골프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리디아 고는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리우 올림픽 이후 5년이 지났고 두 선수는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나란히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박인비는 현재 세계랭킹 2위(4월12일 기준)로 한국 선수 중 2번째로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11위의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다.

박인비는 올림픽 2연패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리디아 고도 지난 롯데 챔피언십 우승 이후 "올림픽은 내 생애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뉴질랜드를 대표해 다시 한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큰 영광"이라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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