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가 4월20일 첫 발을 뗐다. 해를 넘어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국내 경제상황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어렵사리 마련된 협상 테이블이다.

엄중한 상황을 고려하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자리이지만 벌써부터 인상률을 놓고 으르렁대는 노사의 모습은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논의 첫날부터 노동계와 경영계는 인상률에 대한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첫 회의는 상견례 자리인 만큼 노사 모두 구체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제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노동계는 인상을, 경영계는 최소 동결을 관철하기 위해 벌써부터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노동계는 현 정부 초반 2년 동안 인상률이 16.4%, 10.9%였지만 이후 2년 동안 2.9%, 1.5%로 크게 낮아진 점에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인상률마저 5.5%보다 낮게 책정될 경우 박근혜 정부 평균 인상률인 7.4%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노동계는 올해 대대적인 인상을 주장할 계획이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결정인 만큼 국민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저임금의 최대 부담 주체인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임금지불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동결이나 삭감 등 강수로 맞설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경영계는 최초 2.1% 삭감안을 제시했으며 공익위원들의 수정 요구에도 또 다시 1.0% 삭감안을 제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충돌은 매년 반복돼 온 일이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무기한 보이콧을 선언하고 이어진 논의에 참석하지 않다가 공익위원들의 중재와 표결로 인상률이 결정되면 이를 맹비난하는 상황이 되풀이돼 왔다. 올해 유례없는 경제위기라는 상황을 놓고도 노사 간 아전인수식 해석과 대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노사의 의견 대립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사업주들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고 근로자 역시 고용한파의 직격탄을 맞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간곡하게 전달하다 보니 극렬 대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논의는 누가 더 힘든지 불행의 우열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모두가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해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며 타협해야 하는 자리다. 최임위가 마주 앉은 협의 테이블은 이를 위해 마련된 대화의 장이다.

각 위원들은 현재 한국의 경제가 처한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면밀히 진단하고 분석해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다. 상대방의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으로 일관하거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가 파국으로 치닫는 일이 없도록 노사가 대화의 끈을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