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무색'…1억5천만원대 이상 '슈퍼카' 작년 2800대 팔려
"MZ세대도 가세" 명품백·슈퍼카 호황…'보복성 소비' 급증
'에루샤' 지난해 매출만 2조원대·억대 수입차도 '씽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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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일상 자체가 활기를 잃어버린 데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기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보복소비'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 전 세계 하늘길 폐쇄로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이 막힌 탓에 닫혔던 지갑이 '명품'과 '슈퍼카'와 같은 사치품 소비로 이어진 모양새다.
쓰지 않고 모아뒀던 돈으로 본인이 사고 싶은 제품을 구매하는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가세하며 명품 소비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도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른바 '명품 3대장'으로 꼽히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한국법인은 지난해 2조4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증가했다. 영업이익(1519억원) 역시 3배가량 늘었다. 에르메스코리아의 매출(4191억원)과 영업이익(1334억)은 16% 가까이 올랐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9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491억원으로 34.4% 급증했다. 매출 감소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여행이 사실상 통제되면서 '개점 휴업' 상태였던 면세점 실적이 반영된 것임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낸 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며 명품 시장이 호황을 누린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빈번한 가격 인상책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는 '지금이 가장 싼 시기'라는 인식을 받을 수밖에 없어 제품 구매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특정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 해당 브랜드가 들어선 백화점 변엔 대기 행렬이 펼쳐진다. 남들보다 빨리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기다리다 매장으로 뛰어가는 일명 '오픈런'도 흔한 풍경이 됐다.
90년대생을 주축으로 한 MZ세대의 명품 소유욕이 강화된 것도 한몫했다. 특히 초고가 상품에 대한 리셀(Resale·재판매) 시장이 커지면서 명품 소비가 활발해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일정 기간 사용하다가 중고로 판매한 후 본인에게 필요한 제품을 다시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2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유럽에 가려고 모아둔 돈인데 코로나19로 계획이 어그러졌고, 아쉬운 마음에 평소 관심 있었던 브랜드 가방을 구매했다"며 "여행 못지않게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직장인 B씨는 "올해 초 처음으로 수백만원대 가방을 샀는데, 요즘은 리셀 마켓도 잘 운영되고 있어 재판매도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나에게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찾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슈퍼카'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2019년과 비교해 48% 증가한 4만3158대였다. 1억원 이상 슈퍼카의 시장 점유율도 전년(11.9%) 대비 3.8%포인트 증가했다. 1억5000만원 이상 차량은 2808대나 늘었다.
대표적인 럭셔리카인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29.5%, 75.1% 증가한 296대, 303대였다. 이 기간 롤스로이스의 171대나 팔았다. 전년 대비 6.2% 증가한 수치다.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끄는 포르쉐는 지난해 7779대 팔렸다. 이는 전년보다 3500대 이상 증가한 것으로, 미국 대중차 브랜드인 포드(7069대)보다 나은 성적표다. 페라리의 국내 판매량은 공식 집계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상당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여행 등 외부 활동이 억눌린 탓에 '나를 위한 투자', '나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경향)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에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소비 패턴이 정상화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4사의 올해 첫 정기세일 기간 매출은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비단 한국만의 분위기는 아니다. 소비 심리가 가파르게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전 세계에서 추가로 모은 저축액이 5조4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60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계 저축이 쌓인 만큼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글로벌 백신 보급이 늘어나면서 소비심리 회복세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다수 기업이 이익금 대부분을 해외 본사로 배당하는 점은 논란이다. 3대 명품 브랜드가 매년 본사에 배당 명목으로 송금하는 금액은 500억원 안팎이다. '수입차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에도 역대 최대 금액인 1929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테슬라에 대한 원성도 높다. 테슬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배가량 증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벤츠와 BMW의 경우 과거에 비해 사회공헌과 국내 재투자 비중이 개선되는 추세"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전기차 보조금을 싹쓸이하며 엄청난 수익을 내는 테슬라의 경우 국내 시장 재투자나 사회공헌은 하지 않고 있다. 그 흔한 딜러도 운영하지 않아 일자리 창출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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