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 각 지역 접종센터 배송을 위해 출하되고 있다./사진=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이 진정한 아시아 백신 허브로 부상했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는 아스트라제네카(AZ)(바이러스벡터 방식)와 노바백스(유전자재조합 방식) 백신 위탁생산을 확정했고 휴온스글로벌과 한국코러스는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 스푸트니크V(바이러스벡터 방식) 백신 위탁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삼성바이로로직스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추면 현재 시판 중인 모든 방식의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된다.

아시아 백신 허브 완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 기술력이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MO 포문 연 SK바사… 국내 코로나19 백신 유통 '숨통'


코로나19 백신 CMO의 위력은 이미 SK바사가 입증했다. SK바사는 올 1분기 AZ 백신 CMO 등에 따라 용역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매출인 1127억원을 올렸다. SK바사는 최근 자사가 생산한 AZ백신 출하에 본격 나서며 국내 코로나19 백신 유통에도 숨통을 터줬다. 노바백스 백신 생산은 식약처 긴급사용 허가 이후 본격화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 노바백스 백신 허가신청이 다소 늦어져 상반기내 허가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월16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노바백스 본사와 화상으로 열린 ‘코로나19 노바백스 백신 공급 계약 체결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사진=뉴스1

SK바사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독감·대상포진·수두백신 등을 자체 개발한 경험과 기술력에 고품질 백신 생산이 가능한 안동공장 인프라가 AZ·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안동공장은 ▲세균·바이러스 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기반기술과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 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인증)를 승인받았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생산시설 가운데 처음이다. 안동공장에선 일 평균 56만도즈(백신 1회 접종 단위), 연 1억3000만도즈 이상 생산 가능한 규모다. 일 가동시간 확대 시 연간 최대 5억도즈 생산까지 가능하다고 SK바사 측은 밝혔다.

한국코러스·휴온스글로벌, 러시아 백신 생산 눈앞

한국코러스와 휴온스글로벌은 러시아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에 나선다. 한국코러스는 러시아 규제기관 승인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했고 휴온스글로벌도 오는 8월 검증 과정에 돌입한다.


생산설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코러스는 4월26일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한 바이오리액터 설비를 확충했다. 한국코러스가 도입한 설비 중 일부는 컨소시엄 기업들에게 제공됐다. 한국코러스측은 “컨소시엄 기업들이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번에 도입된 물량 일부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국코러스와 RDIF(러시아 국부펀드)의 위탁생산 계약 규모는 5억도즈 수준이다.

휴온스글로벌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오는 8월 생산한 백신을 러시아에 보내 검증 과정을 거쳐 9월부터 본격 출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생산 가능 수량은 월 1억도즈 수준이다. 휴온스글로벌을 주축으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원액을 생산하고 휴메딕스와 보란파마는 바이알 충진과 포장 등 완제 생산을 맡는다.


생산 설비 측면에서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2000ℓ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 50기(10만ℓ) 등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지난 3월 착공한 백신 센터를 통해 연간 10억도즈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RDIF 측에 따르면 현재 스푸트니크V는 접종 대상 인구만 30억명에 이르는 60개국에서 승인돼 공급이 진행되고 있다. 스푸트니크V 긴급 승인 국가도 지속 증가하고 있어 한국코러스와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 참여 업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mRNA 위탁 생산으로 '방점'


코로나19 백신 허브 도약의 방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 위탁생산 계약이 찍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화이자와 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유력 업체로 거론돼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생산은 원액을 수입해 충전하는 ‘병입’ 단계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 백신은 현재 미국 외에도 스위스 론자에서 생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규모는 36만4000ℓ로 론자(32만ℓ)를 앞서는 세계 1위다. 특히 단순 위탁생산(CMO)을 넘어 세포주 개발공정(CDO) 기술과 임상 지원(CRO) 사업까지 전개해 바이오의약품 개발·허가·생산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사업체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생산설비를 세우고 출하 국가 규제 당국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부가 예고한 대로 8월 생산이 가능하다면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 사이에서 물밑 논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