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V '찐경규'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찐경규'가 인간 이경규의 진솔한 모습은 물론, 그의 인생이야기를 담으며 감동을 안기고 있다.

지난해 9월 카카오TV 론칭 프로그램 중 하나인 '찐경규'의 시작은 '옛날 연예인' 이경규의 디지털 예능 도전기였다. 40년 가까이 TV 화면 안에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 어쩌면 '텔레비전 방송인'의 대표 얼굴인 이경규가 전혀 다른 플랫폼에서 어떤 모습일지가 관전포인트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등을 통해 일명 '모르모트PD'라는 별명을 가진 권해봄PD가 이적해 이경규와 손발을 맞췄다. 권해봄PD와 이경규의 '티키타카'가 '찐경규'의 주요 웃음코드다. 해맑은 얼굴로 이경규의 트레이드마크인 호통을 무력하게 만들고, 이경규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에피소드로 웃음을 유발했다.

시청자에게 익숙한 이경규의 이면을 보여주거나, 그 익숙함을 깨트리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예능 대부'라고 불리는 그의 KBS 연예대상 수상 '실패' 에피소드나 호통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직접 '미담'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것도 유쾌한 웃음을 줬다.


동시에 TV예능에서는 시청률 흥행보증수표였던 이경규가 디지털 예능과 주요 소비층인 MZ 세대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웃음과 동시에 이경규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호통이나 투덜거리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생애 첫 라이브 방송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소통에 나서는 것은 신선한 그림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이경규는 권해봄 PD와 함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춤을 췄고, 아이돌들과 방송을 만들고 잡지 표지 모델에 도전했다. 1인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더 다양한 이미지와 캐릭터를 발굴하며 더 방대한 '이경규 캐릭터쇼'로 확대되기도 했다.


카카오TV 제공 © 뉴스1

고정적인 포맷이나 코너가 없기에 '찐경규'는 이경규의 여러가지 모습을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다. '취중찐담' 코너 등 동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선배 이경규, 방송인 이경규의 모습이 강조된다. 장도연, 이수근, 탁재훈, 박명수 등을 만나 대단한 기세의 입씨름을 하다가도, 그 속에 진심과 조언을 건넨다. 구태여 만들지 않아도 이경규의 '클라스'가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기도 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예능인만이 아닌 이경규의 인간적인 면모도 자연스럽게 담기는 '찐경규'다. 딸 이예림과의 술자리. 누구를 만나도 당당하고 거침없던 이경규는 딸 앞에서는 유독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속마음을 쉬이 털어놓지 못했다. 술을 몇 잔 넘기고나서야 결혼을 앞둔 딸에게 "아빠는 언덕이니, 언제든 마음껏 비벼도 된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방송은 어머니를 떠나보낸 이경규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제작진은 이경규를 배려해 예정된 녹화가 아닌 가까운 후배들과의 술자리를 마련했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는 뿌리를, 어머니를 잃었을 때는 고향을 잃은 것 같다는 이경규. 그는 "나 이제 고아야"라며 쓴 술을 삼켰다.


딸에게 표현이 서툰 평범한 아빠 이경규, 그리고 부모님을 잃고 느낀 허망한 감정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60대 아들 이경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 이경규의 진짜 인생이야기다.

'찐경규'는 이렇게 예능인 이경규의 새로운 방송인생을 열어줌과 동시에 지금까지 몰랐던 인간 이경규의 진짜 얼굴을 담아낸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이경규의 지난 40년 방송인생을 채웠지만, '찐경규'는 그간 방송에서 늘 프로페셔널한 예능인으로 보였던 이경규의 인생 이야기를 담으며 이경규의 대표작으로 거듭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