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전경. /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주말 리뷰] 고 이병철 초대 회장이 한국경제협의회로 시작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국내 경제단체 맏형 노릇을 하며 ‘한강의 기적’으로 명명되는 국내 경제·산업 성장을 이끌었지만 정경유착이라는 오점도 남겼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현 정부에선 ‘전경련 패싱’이라는 수난을 겪고 있다. 한 시대를 마감한 전경련이 다음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지 고뇌에 빠졌다. 전경련의 60년 발자취와 앞으로의 과제를 분석해본다.

왕년의 전경련 어디로… 잇단 패싱 논란


“기업과 소통할 때 특별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2019년 3월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에서 나온 발언이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벨기에 국왕과의 만찬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초청되면서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속된 전경련 배제 기조가 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단칼에 선을 그은 것이다.

전경련에 대한 현 정부의 냉랭한 시선은 지금까지 크게 변함이 없다. 최근 들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계와 소통을 확대하고 나섰지만 전경련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한때 재계 단체의 ‘맏형’으로 인정받던 전경련이 어쩌다 이런 상황을 맞았을까.

◆뼈아픈 ‘국정농단’ 연루… ‘적폐’ 주홍글씨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월 초 취임 직후부터 재계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민간 활력 제고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확대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행보다.

문 장관은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최태원 회장과 회동한 것을 시작으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연이어 만나 경제현안을 논의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6월2일에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방문한다.

전경련은 문 장관의 소통 대상에서 빠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로선 (문 장관 방문 관련) 특별한 일정 조율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4월 재계단체와 연속 회동을 가지면서 전경련만 만나지 않았다.

정부의 잇단 ‘전경련 패싱’은 ‘국정농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 정권은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정부”라며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전경련을 외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경련은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서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위한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며 정경유착의 고리로 낙인찍혔다. 이후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했고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잇따라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감원·임금 삭감·복지 축소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전경련의 쇄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전경련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단체가 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민간경제외교 역할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경유착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당한 요청에 따른 협찬이나 모금활동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지난 2017년3월24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협회 수뇌부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쇄신 노력에도 홀대 여전… 다음 대선이 분수령

하지만 현 정부는 전경련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대통령 해외순방을 비롯한 공식행사에서도 전경련은 줄줄이 배제돼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고용불안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위기상황이 닥쳐 정부가 경제계와 소통을 확대할 때도 전경련에는 거리를 뒀다. 대신 대한상의를 정부의 공식 경제정책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재계 ‘맏형’으로 치켜세웠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는 이 같은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전경련 입지 축소는 다른 경제단체와의 관계에서도 감지된다. 1970년 전경련에서 떨어져 나와 설립된 경총이 올 들어 전경련을 통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동생 단체’로 인식됐던 경총이 통합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전경련의 위상이 크게 위축됐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안타깝다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이 1970~80년대 경제 고도성장기에 맏형 노릇을 하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 온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여전히 주요 경제현안에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며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재계와 소통을 약속한 만큼 전경련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 역시 “전경련은 미국과 일본 등에 촘촘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단체”라며 “미·중 무역갈등과 한·일 관계 경색 등으로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전경련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민간 교류 활성화와 경제 협력 확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내년 대선이 전경련 입지 변화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정부와 관계 형성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할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전경련은 올해 쇄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허 회장은 지난 2월 연임을 결정한 자리에서 “새로운 경제성장의 신화를 쓰는 데 전력을 다하고 전경련의 변화와 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재창립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email protected] 

2019년 9월17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왼쪽 네번째)이 사이먼 크린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호주위원장(왼쪽 두번째)에게 한국경제성장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韓경제 밝히는 선봉장에서 ‘수금 창구’ 불명예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순(耳順)의 나이가 됐다. 수십년 동안 국내 고도성장기에 재계의 맏형으로서 경제·산업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고 때로는 정치권에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정경유착의 진원지’라거나 ‘재벌들의 사교장’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도 맞이했다. 60년 역사의 전경련이 공과를 안고 있으면서 기업 이익 증대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현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나갈지 주목된다. 

◆한강의 기적 중추 역할

전경련은 지난 60년 동안 경제발전의 한쪽 수레바퀴를 담당하며 국내 경제·산업 성장을 이끌었다. 창립 첫해 경제 재건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한 민간 외자 도입 교섭단을 미국과 유럽에 파견하며 민간 경제 협력에 발을 디뎠고 시멘트·제철·화학·자동차 등 10개 분야 ‘기간산업 건설 계획안’을 내놨다. 울산공업단지와 수출산업공단, 종합무역상사 설립 등을 정부에 건의하며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에 세워져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명의의 표지석. /사진=뉴스1
1970년대에는 정부가 은행 민영화를 시도하고 1980년대에는 노동운동이 격화하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했다. 1990년대부터 반기업 정서가 커지자 ‘사회공헌위원회’를 구성하는가 하면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는 ‘1% 클럽’을 발족하기도 했다.

이밖에 ▲민간개발 금융기구인 한국개발금융 창립 ▲특허청 설립 건의 ▲의료보험연합회창립 ▲정보산업협회 창립 ▲주식 대중화 건의 ▲중소기업 창업 지원을 위한 한국창업투자 설립 등 크고 작은 일들을 해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과거 전경련은 전경련·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대 재계 단체 중에서도 맏이 역할을 했다”며 “경총이 노사 관계 중심에서 기업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대한상의도 입김이 세졌지만 전경련 네트워크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기능은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장기간에 걸쳐 해외 네트워크도 촘촘히 구축했다. 전경련이 1982년부터 일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개최해온 한일재계회의 같은 민간 교류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세계경제단체연합과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 등 국제회의체는 물론 30개가 넘는 국가와 경제협력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오랫동안 각국 경제계 및 정치권 등과 교류해 오며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며 “국가 관계가 경색됐을 때나 무역협상이 필요할 때 민간 차원의 네트워크 자원은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경총은 노사 관계가 주 업무이며 대한상의는 법정단체로 전경련과는 역할이 다르다”며 “전경련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재벌 이익만 대변” 비판도

국내 기업이 성장한 것처럼 전경련의 조직도 커졌다. 연 매출 5000억원 이상이 돼야 회원자격이 주어진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에게 매년 400억원의 회비를 걷었다. 5대 그룹이 절반 정도를 내다가 삼성·현대차·SK·LG가 탈퇴한 이후 회비는 100억원대로 줄었다. 
2017년 2월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경련 설립허가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런 전경련의 구성은 말썽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전경련은 정치자금 제공이나 로비 활동 등을 통해 국내 중요한 경제조치에 직·간접으로 간여하며 재벌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았다. ▲전두환 일해재단 자금 모음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제공 ▲불법 대선 자금 차떼기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에는 국정농단 사태에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기업의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며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머지않은 과거에도 친정부 활동이 꽤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 현물 지원 사업을 주도했고 이명박 정부가 서민을 대상으로 했던 저리 대출 사업 전담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할 때도 앞장섰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년희망펀드’ 추진에서도 주요 역할을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박정희 정부는 기업 통제 수단으로서 전경련을 설립하고 유착을 통해 경제·산업을 발전시켰다”며 “현재는 정부 주도와 재벌 중심 발전에 한계가 왔고 전경련의 역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 정부는 전경련 해체를 외쳤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경유착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이 크거나 회비를 많이 내는 기업의 이익에만 집중했다는 회원사 불만도 나온다. 제조업 중심에서 최근 서비스와 IT 등 사업이 다변화하고 있고 ‘문어발식 경영’이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기업별 중심이 아닌 업종별 대표가 주도하는 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은) 모든 기업을 대변했다기보단 큰 재벌을 위한 이익단체였다”며 “관련 위원회가 있지만 이름만 걸렸을 뿐 활동은 많지 않았고 상법 개정안 등 재계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장 리스크 관리도 미흡했던 점으로 꼽힌다. 김우중 회장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를 살리기 위해 전경련 회장직을 방패 삼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전문경영인 손길승 SK 회장은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되는 등 두 회장 모두 불명예 퇴진했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수금 창구’가 돼 정경유착의 끈을 유지해온 지금과 같은 구조는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고 보면서도 ‘기업 서포터’의 필요성을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음 10년에 걸맞은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사회적 여론을 살피고 의견을 수렴해 그동안 펼친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야 한다. 대기업 그룹의 독주를 막고 중견업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권가림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2월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상의·경총에 밀린 ‘맏형’ 자체 쇄신 가능할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올해 대내외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은 우리 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서는 한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60주년을 맞은 전경련이 마주한 현실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재계 ‘맏형’ 역할을 하던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모금을 주도했다고 지목돼 고초를 겪었다. 이 사건으로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회원사인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규모와 위신이 크게 꺾였다.

사회적으로 해체 압박이 거세지자 전경련은 ‘한국기업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비롯해 정경유착 근절과 연구 기능·투명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명칭 변경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상의·경총에 밀려난 모양새

이 가운데 경제단체 수장의 자리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대신했다. 최태원 SK그룹 총수는 지난 3월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각)부터 3박5일 일정으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진행된 양국 정상의 교류 행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을 산하에 두고 해왔던 경제계 싱크탱크 역할도 위기에 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올해 경제학 박사 학위자를 대상으로 특별채용을 실시하면서 노사관계를 넘어서 경제 전반으로 연구 영역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총은 지난달 24일 ‘경총 경제자문위원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경총은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현황을 진단해보고 전망과 정책 방향을 경제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이번 자문위원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대내외 경제환경과 한국경제 전망 및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정 실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3.8%를 기록할 것이다. 경제 여건을 종합하면 경기회복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겠으나 부문별로 경기 충격과 회복 속도는 불균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서 “한국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 요인으로는 ▲백신 보급 속도 지연 ▲국가별 경기 회복 속도 불균등으로 인한 경기 불안 ▲미·중 무역 갈등 지속 등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총은 1970년 산업화 시대에 각종 노동문제가 발생하자 기업의 조직적 대응을 위해 출범했으며 노사문제에 집중해 전문성을 키워온 단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2018년 경총의 수장이 된 이후 전통적인 노사 관련 업무에 더해 경제정책·산업정책·경영제도·규제혁신 등을 다루면서 종합경제단체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로 손 회장은 경제단체 간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이유로 전경련에 통합을 제안했으나 전경련은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경총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두 단체가 통합하는 것은 전경련이 경총에 흡수되는 꼴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전경련, 환골탈태 가능할까

경제단체 통합과 쇄신 목소리가 안팎으로 커지면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허 회장은 올해도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2011년부터 10년간 전경련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태에 이승철 전 부회장이 관련돼 물의를 빚은 점을 사과하며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존폐위기에 놓인 전경련을 살려야 한다는 전경련회장단의 권유로 지금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허 회장은 앞서 수차례 퇴진 의사를 밝혔으나 후임자가 없어 연임을 수락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긴급제언 기자회견에서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허 회장 연임과 함께 권태신 상근부회장도 2017년부터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다. 권 부회장은 2017년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경유착을 단절하고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이끌어 경제성장의 싱크탱크로 거듭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자체 쇄신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제60회 정기총회에서 “무기력한 경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주인공은 바로 우리 기업”이라며 “불합리한 규제로 애로를 겪는 기업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경련 사업은 기업만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규제 완화를 외치는 로비 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기업과 총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는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국민들이 전경련 해체를 요구했던 것은 단순히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불법모금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설립 이후 지금까지 재벌 이익을 대변하고 정경유착을 주도해 시장경제 질서와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 본질적인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전경련이 환골탈태를 이루려면 과거를 반성하고 재벌 이익 수호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버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화평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