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랭카스터하우스 앞에서 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역사적 합의” “공평한 경쟁의 장 마련” “세계를 바꿀 것”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들이 지난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글로벌 법인세제 개혁 방안에 대한 합의를 마치고 내린 평가다.
이날 G7은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글로벌 대기업 대상으로 그 초과이익분의 최소 20%에 대해 해당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전 세계 법인세의 최저한도를 15%로 설정하는 과세방안에도 뜻을 같이했다.
이번 결정은 100여년만에 국제 법인세제의 근간을 뒤흔든 행보로 평가된다. 고정사업장을 기준으로 과세했던 기존 원칙에서 큰 전환을 이룬 것이다. 주요 적용 대상에 해당되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까지 이번 합의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수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디지털세’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 배턴은 이제 한국을 포함한 G20(주요 20개국)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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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페북·아마존, 돈 번 곳에 세금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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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로 각국 정부가 입는 세수 손실은 연간 2400억달러(약 270조원)에 이른다.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영업활동 지역에 고정사업장이 없어도 앱 마켓이나 이커머스 및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려왔다. 이들은 법인세 등이 낮은 곳에 사업장을 두고 각종 명목으로 송금하며 조세회피를 꾀했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도 문제를 더 키웠다.
2012년 OECD와 G20을 중심으로 이런 BEPS(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관련 대응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를 위해 출범한 OECD·G20 IF(포괄적 이행체계)가 2015년 실행계획을 내놓은 게 바로 ‘구글세’라고도 불리는 ‘디지털세’(Digital Tax)다. 하지만 그동안 IT공룡들의 본거지인 미국이 협상에 부정적·소극적으로 임하면서 난항을 겪자 2019년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시작으로 각국이 자체적인 ‘디지털서비스세’(DST)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보복 관세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렇듯 더뎠던 논의가 G7 합의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디지털세는 ▲기업 소득이 발생한 곳에 과세 권한 부여(필라1)와 ▲세계적인 법인세 최저한도 설정(필라2)을 양대 원칙으로 삼아 논의돼왔다. 이번 합의는 이 두 가지 사안 모두에 이정표를 제시한 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논의에 재참여한 미국의 타협안이 수용된 결과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정을 확대 편성하고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미국이 이번 합의로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G7 합의에 따라 OECD 및 G20에서 준비해온 디지털세 도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세계적인 합의가 연내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향후 실제 도입이 이뤄지면 국내에서도 구글이나 애플의 앱 마켓 수익 등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현재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12.5%) 등 일부 국가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이번에 합의된 최저 법인세율의 경우 앞으로 디지털세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경근 세무사(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는 “G7 합의를 통해 큰 틀에서 미국과 EU 간 타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멘텀이 다시 오기 어렵다는 걸 서로 알기에 조금씩 양보해 디지털세 도입까지 갈 것”이라며 “다만 G7 합의 내용은 디지털세라 부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각국이 DST를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세 논의에서는 디지털 분야에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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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논의는 이제부터… 적용 기준에 韓 정부·기업들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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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디지털서비스세 도입국 현황. /자료=KPMG·택스파운데이션·KISDI 등 취합, 그래픽=김민준 기자
디지털세 도입까지 남은 문제는 과세 대상과 그 기준(필라1)이다. EU 국가들의 DST는 통상 전 세계 매출 7억5000만유로 이상(약 1조원 이상, 자국 내 매출 기준은 상이) 디지털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처럼 디지털 서비스에 국한됐던 디지털세 논의는 지난해 소비재 기업으로까지 대상을 넓혔다. 올해 미국은 전 업종을 대상으로 하되 글로벌 100대 기업 수준인 연 매출 200억달러(약 22조5000억원) 이상인 곳에만 부과하는 안을 들고 나왔다. 이번 G7 합의에서는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거대 글로벌 기업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동안 이런 적용범위에 대해서는 각국 이해관계가 맞물려 뚜렷한 입장차가 존재했고 구체적인 내용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 안과 G7 합의대로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연 매출 200억달러 이상 기업으로 정해지면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사정권에 들게 된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및 브라질 등 신흥 거대국가도 참여하는 G20에서 G7 결정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과세 대상 업종과 그 기준에 따라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국내 주요 기업이나 IT·게임업체가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G7 합의가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5%로 목표한다는 점도 해외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기업들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최저한세율은 각종 공제·감면을 받더라도 내야 하는 최저한도의 세율이다. 그동안 동유럽이나 동남아 등에서는 명목상 법인세 최저한도는 평균적이어도 국가에서 각종 혜택을 제공해 실제 유효세율은 낮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곳에 해외법인을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인 경우 앞으로 기존보다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139개국이 가입한 OECD·G20 IF는 이달 말 총회가 예정돼있다. 이어 G20 재무장관 회의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내달 열린다. G7 합의를 계기로 이 자리들을 통해 그동안 엇갈려왔던 각국의 의견이 조율된다면 디지털세가 연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OECD·G20 IF에서 논의해온 필라1·2에 대해 G7이 공동의견을 도출한 것이라 적잖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G20이나 OECD·G20 IF에서도 이대로 결정될지는 알 수 없다. G7 합의에도 적용 업종이나 부과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갖춰져 있지 않아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며 “새로운 국제 조세 질서의 흐름에 합류하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세 부담 등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해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